[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국내 완성차 시장을 이끌던 세단의 시대가 저물고, 공간 활용도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SUV의 전성기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캠핑 등 야외 레저활동이 보편화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판매 시장의 핵심 트렌드를 SUV로 판단해 제품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산·수입 SUV 판매량. (그래픽=뉴스토마토)
13일 카이즈유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SUV 판매량은 81만4000대로 이전 최다 판매인 2023년 80만2000대를 넘어섰습니다. 카니발 등 레저용 차량(RV) 차량 판매도 13만4000대로 지난해 역대 최다 판매를 달성했습니다.
판매량 상위 차량도 SUV가 휩쓸었습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는 기아 쏘렌토로 9만5000대가 넘게 팔렸습니다. 뒤이어 카니발(8만2309대), 싼타페(7만8609대), 스포티지(7만2980대) 등 상위 판매 4위에 오른 차량 대부분 SUV 차량입니다.
수입차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 수입차가 판매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SUV가 세단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등 세단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톱10' 판매 모델 중 절반이 SUV입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작년 국내에서 판매된 SUV는 12만7754대로 세단(12만6881대)보다 873대 더 판매됐습니다. 2003년 수입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세단이 SUV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입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을 모델별로 보면 SUV의 성장세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벤츠 E-클래스(2만5937대), BMW5시리즈(2만697대) 같은 세단들이 여전히 1~2위를 차지했지만, 3위 테슬라 중형 SUV 모델Y(1만8717대)를 필두로 5위 벤츠 중형 SUV GLC(8642대), 7위 BMW 준대형 SUV X5(6100대), 8위 볼보 중형 SUV XC60(5988대), 9위 벤츠 준대형 SUV GLE(5060대)까지 모두 SUV입니다. 1~2위 외에 세단 모델들은 테슬라 모델3(1만502대)와, 렉서스 ES(6558대), 벤츠 S-클래스(4679대)가 각각 4, 6, 10위로 체면치레를 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세단의 인기가 저물고 있는 이유는 SUV가 세단에 비해 공간 활용성이 좋고, 높은 차고로 안정감이 높다는 점이 꼽힙니다. 2020년 초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SUV의 성장이 도드라졌는데, 당시 실내 활동보다 캠핑 등 야외 활동이 주를 이룬 시점과 맞물리기도 합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큰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고급차가 메인인 수입차 시장에서도 SUV 판매가 늘어난 상황을 보면, 앞으로도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더욱 많아질 것 같다”고 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SUV 선호에 발맞춰 완성차 업계에서도 국내에 SUV 제품군 출시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포함된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을 출시했고, 기아와 제네시스는 각각 EV5, GV70 전동화 모델 등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BMW는 SUV 라인업인 X시리즈를 소형부터 대형까지 전 차급에 걸쳐 출시했고, 벤츠도 GLC, GLC 쿠페, GLE 쿠페, GLS 등 총 7종의 SUV를 국내에 선보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