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정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 법안(AI 기본법)'을 두고 보험업계에 대한 중복규제 우려가 나옵니다.
황현아 보험연구원(KIRI) 연구위원은 16일 '보험업 리뷰'를 통해 "보험계약 인수심사 및 보험금 지급심사에 활용되는 AI의 경우 '대출심사 등'과 유사하다고 봐 고 영향 AI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보험사들은 AI 규제 법 입법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적극 의견을 개진하는 한편, 고 영향 AI 관련 규제를 적용받을 시 필요 사항을 사전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 영향 AI는 사람의 생명·신체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AI 시스템으로, AI 기본법에서 열거한 영역에서 활용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AI 기본법은 채용이나 대출심사 등 개인의 권리·의무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단이나 평가에 AI를 활용할 때 고 영향 AI에 해당한다고 규정합니다.
고 영향 AI 사업자는 이용자에 대한 사전 고지, 안전성·신뢰성 확보를 위한 위험관리 방안 수립 등의 의무를 부담하고 의무 위반 시 제재 및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문제는 AI 기본법 하위법령과 AI 이용자 보호법, 금융 분야 AI 가이드라인 등 현재 추진하고 있는 AI 규제 법제들의 내용이 일부 겹친다는 점입니다. AI 기본법은 AI 활용 영역을 불문하고 모든 형태의 AI에 적용되는 '포괄적 규제'에 해당하는 반면, 금융 분야 AI 가이드라인은 AI가 활용되는 개별 영역에 특화된 '영역별 규제'에 속합니다. AI 용례나 범주, 생애 주기별로 유발되는 사회 문제가 모두 다른데 AI 기본법상 수평적 규제에 더해 다른 중복 규제가 이뤄질 우려가 큽니다. 기존부터 적용돼 오던 부문별 규제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AI 이용자 보호법상 규제, 개인정보보호법상 자동화된 결정 및 신용 정보법상 자동화 평가 관련 규제 등입니다.
EU도 비슷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비르쿠넨 EU 디지털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AI 정상 회의'에서 AI 관련 규제 완화에 합의했습니다.
국내 보험업권에서도 규제 간 중복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 범위를 명확히 획정하고, AI 기본법상 규제와 부처별 규제 범위 및 시행 시기 등을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황 연구위원은 "AI 기본법이 제정된 이상 규제체계 자체를 전면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하위법령 및 기타 AI 관련 법령 제정 시 과잉·중복 규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무부처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금융 분야 AI 활용에 관한 구체적인 규제 방안은 AI 기본법상 고 영향 AI 관련 규제에서 직접 정하기보다 금융 분야 AI 가이드라인에서 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2월 제420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 법안(AI 기본법)이 재석 264인, 찬성 260인, 반대 1인, 기권 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