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차철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실용주의' 행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반도체특별법'(반도체법) 주 52시간제 예외부터 '전 국민 25만원 지원' 포기 등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입장이 변화합니다. 지지층 눈치를 보며 '우클릭'과 '좌클릭'을 오락가락하는 사이 당내 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다.(사진=뉴시스)
지지층 눈치 보며 '뒤집기'
이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우클릭했다'며 경제 중심 정책을 비난하는데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고 밝혔습니다. 여당이 이 대표를 겨냥해 '가짜 우클릭'·'말 바꾸기 우클릭'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입니다.
이 대표의 대표적 우클릭 행보는 반도체법 주 52시간 예외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포기, 상속세법 완화, 기본사회 보류 등입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3일 반도체법 토론회에서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게 아니면 특정 시기에 집중하도록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동시간 52시간 예외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노동시간 52시간 예외에 대한 이 대표의 발언은 당내 반발을 샀습니다. 정책위의장을 맡은 진성준 의원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사람이 기계냐"고 반기를 들었습니다.
노동계 등에서도 거세게 반발하자 이 대표는 52시간 예외 조항에 대해 유보적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결국 민주당은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받는 비난에 다시 '좌클릭'한 셈입니다.
이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는 기본사회(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본사회는 이른바 '이재명표' 정책입니다. 이 대표는 기본사회 정책을 지난 대선 출마 당시 선거 공약으로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대표 정책까지 포기한 것으로 '우클릭'의 상징적 장면으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다시 기본사회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는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을 뒤집었습니다. '기본사회'를 목표로 삼으면서도 성장을 통해 기본사회를 구현해야 한다는 주장했습니다.
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기한다던 25만원 지원…사흘 만에 '복구'
이 대표는 "상생소비 쿠폰, 지역화폐 지원 등이 필요하지만 추가경정 편성 예산(추경)이 필요하면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추경 처리를 위해서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도 포기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이름만 다른 '25만원 지원' 방안을 내놨습니다. 민주당은 민생 회복을 이유로 24조원 규모의 세출증액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3일 민주당 정책위가 공개한 35조원 추경안을 보면 1인당 25만원이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이름으로 예산 13조원이 추경안에 담겼습니다. 이 대표가 25만원 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사흘만입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25만원 지원금에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이날 김동연 경기지사는 "전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기보다 어려운 분들에게 촘촘하고 두텁게 (지원)하자"고 지적했습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김 전 총리는 "이러다 (추경)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25만원, 고집을 버리자"고 촉구했습니다.
중도층 구애를 위한 상속세 개편도 제시했지만, 결정적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상속제 개편에 대해 "감세가 아니라 증세를 막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5일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5억원인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를 각각 8억원과 10억원으로 올리는 안을 제시한 것의 연장선입니다. 상속세 개편의 이유에 관해선 "세금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고 가족의 정이 서린 그 집에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적었습니다.
이 대표가 꺼낸 상속세 완화는 중산층의 세를 부담하는 부동산 상속세 부담 완화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하지만 기업 승계에 적용되는 상속세 인하에 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관련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가) 단세포적인 논리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우클릭하는 척만 하고 일단 던져보자'는 특유의 '무책임 정치'"라고 비판했습니다.
한동인·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