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철강내전)②열연강판 반덤핑 두고 '평행선'…갈등 봉합 난항

철강 산업 기반 보호 vs 원료 선택 자유 침해
대내외적 철강 사업 환경 악화 가운데 타협 어려워
하공정 업체 산업 기여도 높아 대안 제시 가능성도

입력 : 2025-02-20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8일 15:5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의 수입량이 늘자 국내 철강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의 무분별한 유입이 국내 철강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열연강판을 가공해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반덤핑 조치로 인해 공급망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양측 모두 나름의 근거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논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내 철강 산업이 이 갈등을 봉합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와 적절한 타협이 절실하다. <IB토마토>는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를 둘러싼 국내 철강업계의 갈등 현황을 짚어보고, 위기 속에서 가능한 타협의 해법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열연강판 반덤핑 조치 가능성을 두고 철강업계의 찬반 대립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를 해소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덤핑 찬성 측은 철강 산업의 기초 소재인 열연강판을 수입산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반대 측은 열연강판 수입이 축소되면 공급망이 불안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열연강판 반덤핑을 두고 업계가 대립하는 가운데 최근 철강 산업을 둘러싼 대외 사업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에 업계 전체의 단합이 요구되지만 갈등 봉합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열연강판 사진(사진=한국철강협회)
 
반덤핑 두고 갈리진 철강업계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에 대해 찬반 여론이 나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산 및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찬성하는 입장은 국내 철강 산업의 근간인 열연강판의 생산 능력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대 측은 국산보다 저렴한 원료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막히는 등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없기 때문에 열연강판 반덤핑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각자의 입장 차이는 중국산 및 일본산 열연강판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서 기인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 등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고로사 입장에서는 수입산 열연강판을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 최근 낮은 가격에 들어오고 있는 중국산 및 일본산 열연강판은 국내 고로사에게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저렴한 수입산 열연강판으로 이들의 열연강판 생산능력이 줄어들면 국내 철강 산업 전체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실제 수입산 열연강판 등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국내 고로사들의 영업이익은 타격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직전연도 대비 25% 감소했고, 현대제철은 60%가량 줄었다. 가동률도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포스코의 공장 가동률은 86.6%로 직전연도(87.7%) 대비 하락했고, 현대제철의 열연강판 등 판재 판매량은 지난해 1176만톤 수준으로 직전연도(1158만톤)보다 감소했다.
 
반면 동국제강, KG스틸 등 다수의 하공정 업체는 수입산 열연강판이 반덤핑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발생할 경우 공급망 다변화가 어렵다. 보통 하공정 업체들은 원활한 생산을 위해 원료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쓴다. 아울러 낮은 가격의 열연강판을 원료로 삼아 수익성을 확보할 방법도 막히게 된다.
 
전기요금 인상, 수요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등 수익성 악화 요소가 상존하는 가운데 원료 가격까지 인상될 경우 하공정 업체의 수익성 감소는 불가피하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G스틸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302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직전연도(3조4298억원)에서 3.7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2023년(2804억원) 대비 지난해(2081억원) 25.8%가량 감소한 바 있다.
 
향후 열연강판 반덤핑을 두고 나타난 의견 대립을 봉합하기 위한 협의도 쉽지 않은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통상 문제를 관할하는 산업통상자원부도 철강업계 내부 의견 대립을 두고 반덤핑 제소 여부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갈등 봉합 난관…대외 환경은 급변
 
철강 업계 내부가 열연강판 반덤핑 여부를 두고 입장이 나뉜 가운데 철강 산업을 둘러싼 대외적인 통상 환경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미국은 다음 달 12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제품에 대해 예외 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등 수입산 철강 때리기에 나섰다. 관세를 통해 수입산 철강 제품 가격을 올려 경쟁력을 낮추며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연간 270만톤 내외의 철강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철강 업계도 타격이 예상된다.
 
산업 안팎으로 철강을 둘러싼 사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과거같이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타협을 통해 대외적 악재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열연강판 반덤핑 문제가 개별 기업의 수익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양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개별 업체들이 입을 수 있는 영향이 각기 다른 점도 업계 통합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아직 열연강판 반덤핑이 현실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은 시기상조라는 말도 나온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철강업계와 정부가 합심해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 조치를 쿼터제로 대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타협 가능성도 관측된다. 국내 열연강판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포스코가 현재 열연강판 반덤핑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 열연강판 수요가 높은 하공정 업체들의 협상력 등이 변수로 꼽힌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반덤핑을 통해 수입산 열연강판이 줄어들면 이를 보충하기 위해 국산 열연강판 생산량을 늘려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열연강판 반덤핑 관세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엮여 있기 때문에 사전에 업계 내부에서 빠르게 타협점을 찾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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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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