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한때 우리는 나이가 들면 모든 게 나빠지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인식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화가 되면 자연스럽게 인지 기능이 저하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치매는 전혀 다른 차원의 비정상적인 노화의 궤적입니다.
영국 일간지 텔리그래프는 최근 ’슈퍼에이저‘라는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Northwestern University)의 에밀리 로갈스키(Emily Rogalski) 교수는 ’80세 이상인 사람 중 50~60대 정도의 기억력을 가진 사람‘을 슈퍼에이저(SuperAger)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지금은 시카고 대학의 신경학 교수로 슈퍼에이징 연구의 선두에 서 있는 그녀는 노화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던집니다. 80세를 넘겼는데도 수십 년 더 젊은 사람들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기억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과연 누가 슈퍼에이저가 될 것인가가 우리의 관심사입니다.
로갈스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슈퍼에이저들의 뇌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대뇌 피질 두께는 50~60세와 비슷하여, 노화와 관련된 위축에 대한 저항력을 나타냅니다. 특히 주의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두엽 앞쪽 부위의 두께가 젊은 사람들보다 더 두꺼운 경우가 많습니다. ’얇은 대뇌 피질은 알츠하이머와 같은 특정 질환서 나타나는 신경 퇴행의 신호‘라는 레르치(Lerch J.P.)의 연구를 생각할 때, 두꺼운 대뇌 피질이라는 생물학적 특징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면 외피가 약간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기억력과 사고력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슈퍼에이저들의 경우, 이러한 생물학적 얇아짐이 나타나지 않는다"라고 로갈스키 박사는 설명합니다.
덕담으로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라는 말이 오가기도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하면 대뇌 피질의 두께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텔리그래프는 과학자들이 아직 뇌를 젊게 유지하는 비법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슈퍼에이저들이 다른 노년층과 어떻게 다른 지를 확인했고 그 핵심은 라이프스타일이라고 강조합니다. 그 내용을 정리한 ’뇌를 젊게 유지하는 10가지 습관‘을 소개합니다. 필자인 폭스-레너드(Boudicca Fox-Leonard)는 ”우리는 유전자가 우리가 나이를 먹는 방식의 약 20%를 책임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이 찾아낸 슈퍼에이저들에게 배워야 할 습관들을 알아봅니다.
1. 슈퍼에이저들은 나쁜 시기(bad times)를 견뎌냅니다
로갈스키 박사가 만난 슈퍼에이저들은 쉽고 안락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려움과 시련을 견뎌낸 분들이었습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은 사람들, 어린 나이에 아이를 잃거나 가난에 시달린 사람들 등 정말 끔찍한 삶의 경험을 겪은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이건 너무 심하다'라고 한탄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슈퍼에이저들이 삶을 살아온 감동적인 이야기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게 그녀의 고백입니다.
나쁜 시기(bad times)는 느낌을 알 수는 있지만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전이나 문맥을 고려한다면 ’나쁜 시간‘ ’불경기‘ ’역경‘ ’곤경‘ ’고통의 시기‘ ’혹한‘ 등 여러 가지 표현이 가능합니다. 이 역경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서 '101세까지 잘 사는 법'을 집필한 도른 하퍼(Dawn Harper) 박사의 말에는 중요한 부분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분노를 품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그 분노가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조언은 공책을 사서 오늘 당신을 웃게 만든 것을 적어 보는 것입니다. “첫 번째 수선화가 피어나는 것처럼 단순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삶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내려놓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특히 역경과 고통의 시기에 내려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더구나 그것을 가져다준 상대가 있다면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내려놓지 않으면 그 분노가 내 정신만이 아니라 육체를 갉아 먹게 됩니다. 슈퍼에이저들의 내려놓는 태도가 대뇌 피질의 두께를 유지해 주는 습관임을 보여줍니다.
2. 슈퍼에이저들은 나이주의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나이주의와 관련해서 탤리그래프는 “휠체어에 앉아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연약한 노인들의 이미지는 우리 모두에게 해가 된다. 그것은 과학적 사실이다.’라고 강조합니다.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의 베카 레비(Becca Levy) 교수는 노화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신체적, 인지적, 정신적 건강이 더 좋은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노년에 부상을 입은 사람들 중 나이에 대한 긍정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훨씬 빨리 회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레비 교수는 그녀의 책 '나이 코드
깨기(Breaking the Age Code)'에서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기 위한 ABC 방법을 제시합니다.
A는 인식(awareness),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노화에 대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식을 잘 인식하라는 것입니다.
B는 노화가 아니라 나이주의를 비난하라(Blame)는 것입니다. 뭔가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나이듦(ageing) 탓을 하지 말고, 다른 요인이 있지는 않은지 특히 나이주의(ageism)는 아닌지 확인하라는 것입니다. 무조건 나이탓으로 돌리는 경향에 대한 경계입니다.
C는 부정적인 나이에 관한 믿음에 도전(challenge)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그녀가 이와 관련한 영감을 일본에서의 경험에서의 경험에서 얻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일본의 문화에 주목한 것은 나이 든 구성원들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대우를 받는지였다. 그들은 존경을 표하는 방식으로 축하를 받고 대중문화에 등장했다. 만화책에는 사회생활이 풍부한 나이 든 캐릭터가 등장한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들 중 1923년생인 사토 아이코(佐藤愛子)는 90세가 넘은 지금도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에세이 '90세. 무엇이 경사스러운가'는 2016년 발매 이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17년에는 연간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서점에서는 이렇게 나이 들어서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분들의 자전적 수기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김형석 교수는 1920년 생으로 104세에도 왕성한 활동으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백세를 살아보니' '백년의 지혜'라는 책은 물론이고, 건강한 생활 습관과 긍정적인 사고를 장수의 비결로 꼽으며, 현재까지도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를 활발히 공유하고 있습니다.
탤리그래프의 권고는 이런 분들을 통해서 나이듦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는 노력을 하라는 것입니다.
3. 슈퍼에이저들은 대화를 나눕니다
로갈스키 박사가 연구한 슈퍼에이저들은 모두 동년배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유대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사회적 고립은 치매 발병 위험을 50%까지 높일 만큼 외로움이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대화는 뇌에 좋습니다. 그녀는 “대화를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를 생각해야만 하는 것은 뇌에 좋다.”라고 말합니다.
친교 활동과 대화는 공동체적, 사회적, 정서적 측면만이 유익한 것이 아니라 뇌의 활동을 촉진하는 순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노화라는 인생3막에서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긍정적인 시각입니다. '나이듦에 관하여'라는 명저에서 루이즈 애런슨은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인생3막은 길고도 다채로운 무대가 될 것이다. 주인공인 우리들 각자에게 이번 무대가 어떻게 느껴질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다.”라고 말합니다.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가득한 기존 통념의 틀을 깨고 긍정의 시각, 더 밝아진 눈으로 세상을 조망하면 새로운 선택지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조언을 귀담아듣는 것, 그것이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