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나도 80대에 50대의 뇌를 가질 수 있다②

자원봉사와 헌신은 슈퍼에이저(SuperAger)가 되는 비결
슈퍼에이저도 똑같이 병에 걸리지만 태도가 달라

입력 : 2025-02-20 오전 9:19:26
아이들을 멘토링하는 미국시니어봉사단의 ‘양조부모 프로그램’ 장면 (사진= AmeriCorps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자원봉사가 오래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나와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매주 한 번의 자원봉사 활동만으로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사회과학 및 의학(Social Science & Medicine) 1월호에 게제된 '자원봉사가 은퇴한 노년층과 일하는 노년층의 후성유전학적 연령 가속화를 감소시키는가? 건강과 은퇴에 관한 연구 결과'라는 긴 제목의 논문에 의하면 일주일에 한 시간만 자원봉사해도 생물학적 노화가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텍사스주립대학 등 미국 4개 대학의 연구자들은 신체 활동 빈도, 흡연 여부, 폭음, 비만 등 생물학적 노화를 늦출 수 있는 다른 건강 변수를 통제했지만 여전히 자원봉사와 생물학적 노화 지연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습니다. 62세 이상의 미국인 2,605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주일에 1~4시간 자원봉사를 한 사람들은 전혀 자원봉사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생물학적 노화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퇴직자들이 가장 혜택을 받은 것으로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만 자원봉사를 해도 현직 근로자보다 자원봉사와 노화 지연 사이의 연관성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원봉사를 많이 할수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뚜렷했는데 일주일에 4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하면 직업 상태와 관계없이 생물학적 노화 가속도가 가장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슈퍼에이저가 되는데도 자원봉사가 도움이 될까요? 1편 기사에 이어 슈퍼에이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알아봅니다.
 
<1편 기사 키워드>
1. 슈퍼에이저들은 나쁜 시기(bad times)를 견뎌냅니다
2. 슈퍼에이저들은 나이주의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3. 슈퍼에이저들은 대화를 나눕니다
 
 
4. 슈퍼에이저들은 자원봉사를 합니다
 
탤리그래프에 따르면 ‘사람들과의 어울림’이나 ‘사귐’이나 ‘대화’라는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많은 슈퍼에이지들이 봉사 정신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에밀리 로갈스키(Emily Rogalski) 교수는 “슈퍼에이저들 가운데 다수가 자원봉사를 하고, 세대 간의 연결을 위한 방법을 찾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자원봉사는 인지 적응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사회적 유대로 연결하는 길을 열어줍니다. 미국시니어봉사단(AmeriCorps Seniors)은 자원봉사 및 국가 봉사를 위한 연방 기관인 아메리콥스(AmeriCorps) 아래에 구성돼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55세 이상의 시니어들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양조부모 돌봄 프로그램은 장애 아동이나 소외 계층 학교의 아동을 포함한 아동을 위한 멘토, 교사, 보호자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입니다. 노인 돌봄 프로그램은 어르신이 다른 어르신의 친구가 되어 일상생활이나 병원 가기, 행정기관 방문, 쇼핑, 말벗 되기, 독립 생활 지원을 등으로 다른 노인들을 돕는 자원봉사활동입니다. 은퇴 및 노인 자원봉사 프로그램(RSVP)는 재난 구호, 음식 배급, 환경 보호 등 다양한 지역사회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입니다.
 
미국시니어봉사단 홈페이지 통계에 따르면 현재 14만3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4700만 이상 시간 동안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매년 1만2000명 이상 AmeriCorps Seniors 봉사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슈퍼에이저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대간 연결이란 이런 봉사 활동을 통해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멘토가 되고, 더 나이든 어르신의 ‘선한 이웃’이 되는 역할을 기꺼이 담당하고 있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보람을 느끼고, 슈퍼에이저가 되는 것입니다.
 
노인병 전문의이자 영국 노인병 학회 회장인 데시(Jugdeep Dhesi) 교수는 “지역공동체에는 자원봉사를 하는 노인들이 많다. 그리고 우리는 자원봉사가 정신 건강과 사회생활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종종 지역공동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역공동체에 소속되기를 원하며,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 종종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역사회에는 자원봉사에 대한 수요가 있고, 그에 상응한 공급이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지역공동체는 지구공동체로까지 확산될 수 있습니다.
 
갈릴리교회 원로목사이자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80세의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슈퍼에이저입니다. 매주 국회방송에 고정출연하는 그는 그동안 가나에 컴퓨터 학교를 세웠고, 베트남에 소 1300마리를 보내는 카우뱅크 활동을 비롯해서 수많은 봉사 활동을 펼쳐왔는데, 지금도 국내의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홀리베이션 활동을 비롯해 몽골 바양노르섬 나무심기, 울란바토르 6개의 공부방 운영 등 봉사를 의욕적으로 지속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인 목사님의 놀라운 건강과 에너지는 꾸준한 봉사와 헌신으로 길어진 낙천주의에서 분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젊은이에게도 버거운 일들을 기꺼이 감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5. 슈퍼에이저도 병에 걸립니다
 
‘슈퍼’라는 표현 때문에 슈퍼에이저가 되기 위해서는 천하무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슈퍼에이저도 병에 걸리고, 약도 복용합니다.
 
로갈스키 박사가 건강 측정을 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슈퍼에이저 그룹과 일반 그룹의 약물 사용 정도를 비교해 보았는데, 슈퍼에이저들의 약물 사용은 인지 기능이 유사한 80세 그룹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슈퍼에이저들이라고 해서 약물 사용을 필요로 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슈퍼에이저들은 건강한 생활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회복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들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데시 교수는 말합니다.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들에 비해 근육이 더 잘 유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의 부모님은 87세이고 남편의 부모님은 90세와 87세입니다. “부모님들도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지만, 그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삶을 최대한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병에 걸리느냐 걸리지 않느냐가 아니라, 병에 걸렸어도 라이프스타일과 태도를 어떻게 갖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슈퍼에이저들은 다른 또래들과 거기서 달라지는 것입니다.
 
슈퍼이에저들이 두드러지는 것은 이런 대목에서 드러납니다. 국내외 자원봉사들 가운데는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신체적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발히 봉사에 임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하고, 개인의 보람과 삶의 질을 높이면서 지역공동체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헌신입니다. 미국 의회는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리는 뜻에서 지난 1986년부터 1월 셋째 월요일을 ‘자원봉사의 날’이자 공휴일로 지정해 범국민적으로 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누구나 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명언은 킹 목사의 말입니다. 그 위대해짐이 ‘에이저’가 ‘슈퍼에이저’로 발현되는 것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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