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구축함 공동설계 논란…"실패" vs "성공"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논란 지속
시각차 큰 해외 함정 공동건조 사례
방사청, 오는 4월 최종 결정할 전망

입력 : 2025-02-19 오후 3:52:30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에 대한 방위사업청(방사청)의 사업자 선정 결정이 임박했습니다. 현재 수의계약을 원하는 HD현대중공업과 경쟁입찰을 요청한 한화오션의 첨예한 갈등으로 공동으로 선박을 건조하자는 의견과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해외 공동 건조 사례를 두고서도 찬반이 갈리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1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 사업분과위원회(분과위)는 현재 KDDX 초도함 건조에 대한 사업자 선정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지난 3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KDDX 건조가 가능한 방산업체로 지정하면서 선도함 건조를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방사청의 KDDX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집니다. 이 중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수행했고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습니다. 
 
통상 선도함 건조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연속 진행합니다. 그러나 한화오션이 KDDX 사업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며 경쟁입찰로 선도함 건조 업체를 가려야한다고 반발해 결국 지난해 법적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KDDX 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을 끝낼 예정이었던 방사청의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올해도 양쪽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탓에 선도함을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방식(공동 건조론)도 제시됐지만, 단독 건조론의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영국 해군의 항공모함인 ‘퀸 엘리자베스호’ 등 해외의 함정 공동건조 사례를 두고서도 성공과 실패로 해석이 갈리는 상황입니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영국 방산업체인 ‘BAE시스템즈’와 ‘밥콕인터내셔널’, 프랑스 방산기업인 ‘텔레스그룹’, 스코틀랜드 조선사 ‘로사이스’ 등 5개 업체가 연합해 건조했습니다. 지난 2017년 영국 해군에 인도됐는데, 이후 시간 당 최대 200리터(L)의 바닷물이 들어오는 누수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단독 건조론자들은 이를 공동 건조의 실패 사례로 보는 반면, 공동 건조론자들은 반대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프랑스와 이탈리아 방산업체가 연합해 건조한 호위함 ‘프렘’을 두고도 견해 차이가 나옵니다.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그룹’과 이탈리아 업체 ‘핀칸티에리’는 지난 2005년 공동개발을 시작해 2012년 프렘의 선도함을 건조했습니다. 공동 건조론자들은 현재 프랑스와 이탈리아 해군이 이 함정을 8척씩 도입해 정상적인 운용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단독 건조론자들은 이 사업을 KDDX와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합니다. 애초에 프렘 사업은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절반씩 지분을 투자해 국가 간 공동으로 기업을 만드는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국내 사업인 KDDX에 비교하는 게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공동 건조론' 관계자는 “양사가 협력을 통해 상세설계를 하고 1·2번함을 동시 건조할 수 있어 전력화에 더 적합한 방안”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단독 건조론' 관계자는 “일각에서 해외 공동개발 사례의 우수사례로 꼽는 영국의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 함'은 업체간 공동개발로 말미암아 대 재앙으로 번진 사례”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업계 내 상반된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방사청 분과위는 내달 중순까지 사업추진방안을 방사청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 넘길 예정입니다. 이후 방사청 방추위는 상정된 방안을 검토해 오는 4월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의 사업자 선정 방식을 결정할 전망입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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