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미국 의회에서 해군 함정 건조를 동맹국에 맡길 수 있게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돼 조선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군함 건조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함정 건조 발주가 본격화할 경우 경쟁 구도가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군제주기지에 입항한 해군기동함대사령부 최신예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DDG-II·8200톤급). (사진=뉴시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의 마이크 리와 존 커티스 상원의원은 최근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을 각각 발의했습니다. 이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미국 해군 함정 건조를 한국 같은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에 맡기는 것을 허용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법안은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비용이 미국 조선소보다 낮아야 하고,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아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습니다.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동맹인 인도태평양 국가 중 첨단 해군 함정을 미국보다 저렴하게 건조할 역량을 보유한 국가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의 해상 패권 경쟁으로 군함 건조를 늘릴 예정입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 해군은 현재 291척인 군함을 오는 2054년까지 390척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이 때문에 국내 조선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가성비’가 좋은 K-조선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1월 말 해군에 인도한 ‘정조대왕함’은 미국이 운영하는 이지스 구축함과 비슷한 사양이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조선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군함 수출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미 의회에서 해군 함정 건조를 동맹에 맡기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조선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미국 시장 확장을 준비해왔습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국 해군의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주했고, 지난해 말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인수도 완료한 바 있습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조선업을 규제하고 동맹국의 조선업을 활용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한국 조선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건조 공간(도크) 마련은 과제로 떠오릅니다. 조선업계 호황으로 현재 조선소 대부분의 3~4년치 도크가 만석인 상황입니다. 지난해 미국 MRO 입찰 당시 HD현대중공업은 도크 부족을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가 미군 함정 건조 수주를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해양 방산의 양대산맥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상호 경쟁을 치열하게 하더라도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원팀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