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중심의 비대면 거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증권사 지점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실적 등이 저조한 오프라인 지점들을 거점 중심으로 통합시켜 대형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주로 지방의 지점들이 없어지는 반면 대도시와 자산가들이 모여사는 부촌, 도심 중심으로 재조정되는 모습입니다. 증권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비대면 거래 증가라는 투자방식 변화에서 비롯된 회사의 통폐합 전략에 동의하면서도 이에 따른 직원들의 불이익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9일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회사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말 기준 증권사 지점은 755곳이었으나 1년만에 692곳으로 63곳(8.3%) 줄었습니다. 증권사 지점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빅5(자기자본 기준·미래·한투·NH·삼성·KB) 증권사 지점 수는 1년 전만 해도 288곳이었으나 지난해 말 269곳으로, 19곳 감소했습니다. 빅5 증권사 가운데 60곳이 넘는 점포를 운영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유일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증권사들은 수년째 지점 줄이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지점 수 감소를 거점화와 대형화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인접한 공간의 각기 다른 센터를 통합한 경우에도 지점이 감소되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지만, 지점 감소가 곧 물리적인 영업장소의 감소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점을 통합, 거점화해 자산관리(WM) 서비스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년간 감소세가 두드러진 곳은
신한(005450)투자증권입니다. 74곳에서 64곳으로 13.5%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보라매 △포항△일산 △평택 △전북 금융센터가 없어졌습니다. 이외에 점포 안에 위치한 WM1 지점과 WM2 지점이 통폐합되는 식으로 총 10곳가량이 감소했습니다. 지점 감소보다는 거점을 중심으로 한 대형화 추세에 따른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70곳에서 61곳으로 12.8% 줄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갤러리아 WM △김해 WM △마산 WM △경산 WM △경주 WM △투자센터광주 △목포 WM △강릉 WM △춘천 WM 등 주로 지방을 중심으로 지점을 줄였습니다. 광주의 경우 광주 상무 WM과 목포 WM이 통합됐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지점 통폐합 작업이 다소 늦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005940)은 59곳에서 53곳으로 줄었습니다. 김포점을 비롯해 △과천 △미아 △올림픽 △방배 △명동EA 입니다. 회사 측은 지점으로 분류되지 않는 반포 브랜치를 신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시장 환경 변화와 비대면 거래 증가를 감안, 오프라인 채널인 영업점 대형화로 차별화된 PB 서비스 제공하기 위해 점포 대형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61곳에서 59곳으로 2곳 (△신도림 PB센터 △부산 PB센터)가 없어졌습니다. 이외에
대신증권(003540)이 40곳에서 37곳으로,
삼성증권(016360)이 29곳에서 28곳으로, KB증권이 69곳에서 68곳으로 지점 수를 줄였습니다. 메리츠증권은 8곳에서 7곳으로, 1곳 줄었으며
키움증권(039490)은 지점 1곳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지점 감소는 금융의 디지털화 뿐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대규모 손실을 낸 증권사들의 실적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PF 부진이 계속 이어지면서, 오프라인 센터들을 계속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대면 환경 변화와 함께 회사의 전략적 결정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지점 통폐합에 반발하던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지점 실적이 개인의 성과급으로 연동되는 등 영업점 직원들도 오프라인 센터 감소 정책에 상당수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증권사 노조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인한 지점 통폐합에 동의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해당 자산은 빠져나가기 마련"이라면서 "다만 영업직에 있었던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악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뉴시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