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기업 SPC 민낯)④'양산빵' 주력 이미지 고착화…"우하향 주가 어쩌나"

양산빵으로 사세 확장한 SPC…고급화 및 종합식품기업 도약 숙제
10년 새 주가 10분의 1토막…우하향 추이가 문제

입력 : 2025-02-20 오후 5:36:41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SPC그룹은 그간 SPC삼립(005610), 샤니를 통해 공장에서 생산하는 '양산빵'을 토대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사세를 확장해온 기업입니다. 그간 국내 제빵 시장에서 SPC그룹이 군림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 바로 이 양산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문제는 양산빵하면 '싸구려 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양산빵은 오랜 기간 SPC그룹의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등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지만, 이제는 해외로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고급화 전략을 표방하는 데 있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이 같은 이미지 고착화와 함께 SPC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SPC삼립의 주가는 수년째 속절없이 떨어지며 세간의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실상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간주되는 프리미엄 콘텐츠의 부재는 향후 SPC의 주가 측면에서 뼈아프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양산빵으로 시장 장악했지만…고급화 걸림돌 숙제
 
21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양산빵 소매 시장 규모는 약 1조2000억원 정도이며, 이 중 SPC삼립이 사실상 독과점 수준인 80% 내외의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양산빵은 베이커리에서 만드는 빵이 아니라 공장에서 생산해 유통하는 빵을 뜻합니다. 양산빵은 대량으로 공급되다 보니 대체로 가격이 저렴하고 보존성도 뛰어난데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채널에 유통돼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좋은 것이 특징인데요.
 
사실상 SPC그룹은 이 양산빵 시장의 독과점과 함께 성장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SPC의 경우 '삼립호빵'을 비롯, '크림빵', '보름달빵' 등 양산빵 분야에서 베스트 셀러 상품들을 여럿 내놓기도 했는데요.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SPC삼립의 '크림대빵'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들 대중적인 브랜드로 인해 SPC의 경우 저가 양산빵 주력 이미지가 고착화됐고, 이는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려는 SPC 입장에 큰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실 SPC그룹은 오래 전부터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Great Food Company)'를 비전으로 삼고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지속 성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산빵의 중심인 SPC삼립을 비롯,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배스킨라빈스 등의 브랜드들을 광범위하게 소유한 만큼 SPC그룹은 대중들에게 종합식품기업이라기 보다는 제빵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는데요.
 
물론 파리크라상과 같은 브랜드의 경우 고품격 베이커리 매장 콘셉트를 꾀하고 있고,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제품 대비 퀄리티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리크라상은 다른 브랜드 대비 가격은 높고 매장 수는 적어 인지도가 낮고, 아무리 고급 베이커리 카페를 지향한다 해도 프랜차이즈라는 한계 역시 명확한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SPC 하면 삼립이나 파리바게뜨를 떠올리지, 파리크라상을 떠올리는 고객은 별로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엔데믹 시기를 전후해 제빵을 비롯한 식품 업계 전반에 걸쳐 수요층의 다변화가 이뤄지고, 고급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강화되는 추세인 점도 SPC에게는 이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대형마트 등에서 크림빵 등 양산빵을 쉽게 접하고, 서울 기준 동네에서 최소 1~2개의 파리바게뜨 점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이 같은 SPC의 규모의 경제 마케팅, 친숙함은 고급화 전략에 있어서는 독으로 작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바꿔 말하면 SPC 제품들은 고객들이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SPC 하면 딱 떠오르는 프리미엄 라인업이 있는지를 살펴보라"며 "고급 베이커리를 원하는 수요층은 입소문을 탄 개별 전문점이나 카페를 방문하는 것이 요즘 추세다. 그렇다고 프랜차이즈라는 특성을 지닌 SPC가 이 같은 콘텐츠를 도입하면 또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양산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구조적으로 양산빵 및 저가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습니다.
 
10년간 우하향 주가…우상향 경쟁 업체들과 대비
 
주가에는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가치 및 성장성이 그대로 투영되기 마련입니다. SPC삼립의 경우 장기적 측면에서 주가가 점진적으로 하락 추이에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SPC삼립의 주가는 20일(종가 기준) 주당 4만8100원입니다. 올해 첫 장 개시일인 지난달 2일만 해도 5만2200원으로 출발했지만 13일 5만1300원에 머무른 것을 마지막으로 5만원 선을 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SPC삼립은 10년 전인 2015년 8월만 해도 41만5000원을 기록할 만큼 식품 업계에서 두드러진 우량주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매년 평균적으로 최고점 대비 10%씩 주가가 점진적으로 빠지며 현재는 10년 전 대비 10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실제로 단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날 기준으로 식품 사업을 영위하는 경쟁 기업들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매우 높습니다. 농심의 경우 주가가 35만1000원, 삼양식품은 88만원, 빙그레는 9만200원, 롯데웰푸드는 11만3800원 등 절대적 수치의 주가가 높은 것은 물론, 최근 5년여간 시계열을 살펴봐도 모두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SPC에는 '오너가 마약 잡음', '끼임 사고', '허영인 회장 구속' 등의 부정적 이슈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윤리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주가에 영향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로 SPC삼립 주가는 앞서 언급한 기업들과는 달리 1년 전에는 6만원, 2년 전에는 7만원, 3년 전에는 9만원 등 일정한 템포로 하락하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식품 산업 자체가 전통 산업이다 보니 드라마틱한 호재가 아닌 이상 급반전하기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다"며 "SPC의 경우 부정적 이슈가 누적된 데다, 구조적으로 내수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데 인플레 장기화로 내수 수요가 위축된 점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해외 사업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데, 최근 미국 텍사스주(州) 공장 증설 소식에도 최근 1개월간 주가 진폭은 사실상 크지 않다. 이는 업체 측의 예상만큼 시장에서는 공장 증설이 큰 호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결국 양산빵 등의 이미지를 넘어 강력한 임팩트를 주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확실한 콘텐츠 발굴이 핵심이다. 같은 해외 사업을 전개하는 삼양식품, 빙그레 등의 주가가 왜 폭등하는지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장기적 주가 하락에 대해 SPC그룹 관계자는 "국내 정국 리스크가 이어지고 식품 업황이 좋지 못해 주가는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 떨어지는 추세"라며 "주가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작동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양산빵 이미지의 개선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내부적으로 확인해야 할 문제다. 정확히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SPC그룹)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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