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 내부는 물론 재계 전반에서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 받고 있는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와 성 김 사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전면 배치됐습니다. 무뇨스 대표이사는 현대차그룹의 북미지역 실적을 우상향 시켜왔고, 성 김 사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하며 외교통으로 불린 만큼 '트럼프 스톰'에 대비한 이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이 타운홀 미팅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스페인 출신의 호세 무뇨스를 현대차그룹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겸 북미·중남미법인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했습니다.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은 현대차 사장으로 기용됐습니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이 유력했던 작년 11월 이후 발탁된 인사들입니다. 특히 무뇨스 대표이사 임명은 외국인이 국내 주요 대기업 CEO를 맡게 된 첫 사례로, "실력이 있으면 국적 나이 성별을 따지지 않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인사 원칙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무뇨스 대표이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의 난관을 극복하고 북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성장세를 지속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습니다. 현대차그룹이 무뇨스 대표이사를 트럼프 카드로 꼽은 이유는 지난 2019년 북미권역본부장을 맡은 이래 현대차의 미국 실적을 끌어올린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2018년 67만8000대 수준이었던 미국 판매 실적은 지난해 83만7000대 수준까지 높아졌고, 저가 차량이 아닌 제네시스와 아이오닉 등 고가 차량을 중심으로 판매 비중이 높아진 것입니다.
무뇨스 대표이사가 트럼프 발 관세 전쟁 등에 맞선 카드로 불리는 또다른 이유는 품질과 안전, 고객 중심이라는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모든 글로벌 완성차가 무한 경쟁을 벌이는 깐깐한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기본입니다. 무뇨스 대표이사는 현대차가 달성해야 할 핵심 목표로 △최고 수준의 기술과 품질 및 디자인 △각 시장별 니즈에 맞춘 차별화된 전략 △고객 지향적 서비스 제공 등을 강조해왔습니다.
무뇨스 사장은 지난 20일 남양주 현대차 연구소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도 “완벽하지 않은 제품은 시장에 출시하지 않아야 한다. 품질과 안전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양보와 타협이 없는 현대차의 최우선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최고의 품질을 바탕으로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성 김 현대차 사장의 전면 배치도 북미 시장 공략의 일환입니다. 성 김 사장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미국 정통 외교관 출신입니다.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 트럼프 1기, 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아 온 만큼,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한국의 상황에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상하기 위한 적합한 카드입니다.
성 김 사장은 미국 국무부에서 은퇴한 후 올해 1월부터 현대차 고문역으로 합류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했습니다. 고문역이었던 성 김 사장에게 그룹 싱크탱크 총괄 역할을 맡긴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입니다. 싱크탱크 역량 제고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에 따른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끌고 다녀온 경제사절단에 국내 자동차 업계 대표로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성 김 사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강력한 네트워킹 역량을 바탕으로 경제부처 고위 인사들과의 소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차의 앨라배마·조지아 및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공장 등에 200억달러(약 28조원) 투자, 57만명 고용창출 효과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