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상륙으로 정신을 못 차렸는데, 올해는 더 힘들어질 것 같네요.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은 C커머스의 공습에 시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를 필두로 한 C커머스 주요 플랫폼들은 공산품을 주력으로 국내 업체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의 염가 마케팅을 내세우며 국내 유통 시장을 초토화했다.
이 같은 C커머스 폭격에 국내 유통 기업들의 내상은 상당했다. 아무리 국내 기업들이 높은 제품 신뢰도를 부각한다 해도,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플랫폼들을 제압하기란 애초부터 무리였던 까닭이다.
문제는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작년보다도 더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이달 중순 유명 C커머스 플랫폼인 테무가 우리나라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간 테무는 중국산 제품을 해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직접구매(직구) 방식으로 판매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에 더해 우리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로컬 투 로컬(L2L)' 사업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테무의 직진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의 초저가 마케팅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판로 확대에 나서며 수요층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C커머스의 공세는 올해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이달 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10%의 추가 보편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중국 입장에서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사실상 막힌 탓이다.
게다가 유럽 역시 C커머스 규제를 본격화한 상태다. 유럽연합(EU)은 작년 7월 150유로 미만 수입품 대상 무관세 규정을 폐지했다. 초저가 중심으로 이뤄진 C커머스 제품들의 시장 난립을 막기 위한 취지다.
결국 글로벌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C커머스 플랫폼들은 올해 우리 이커머스 시장에 더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들어 우리 시장 공략을 아예 주력 목표로 삼고 수익성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시되는 이유기도 하다.
안타까운 것은 C커머스의 국내 시장 상륙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C커머스의 성장에는 가격적인 측면의 경쟁력도 있지만, 정부의 미흡한 규제도 한몫했다. 국내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한목소리로 지적해 왔던 부분 역시 C커머스와의 불공정 경쟁이다.
게다가 작년 말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현재 C커머스를 통제할 컨트롤 타워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다. 공략을 가속화해야 하는 C커머스 플랫폼들 입장에서 무주공산이나 다를 바 없는 이 같은 상황은 천운이나 다름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조속히 우리나라와 C커머스 플랫폼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올해가 우리 기업들은 그로기 상태에 빠지고, 이커머스 주도권은 완전히 중국으로 넘어가는 괴로운 원년이 될지도 모른다.
김충범 산업2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