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강영관 기자] 아파트에 대한 많은 비판에도 대부분 사람들은 아파트 장만을 인생의 최우선 과제로 생각합니다. 생활의 편리함, 안전함과 더불어 자산 증식의 주요 수단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끝 모를 가격 상승과 양극화입니다.
국토교통부가 2023년 공개한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자가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13배입니다. PIR(Price to Income Ratio)은 주택가격을 소득으로 나눈 지표로 소득을 모두 모았을 때 집을 구입하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주택가격이 5억원이고, 연평균 소득이 5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PIR은 10이 되는 것인데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서울은 2023년 기준으로 PIR이 13배이므로 소득을 전부 저축해도 무려 13년이 걸린다는 셈인데요. 한국부동산원 주택종합 중위매매가격(주택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장 중앙에 있는 값)이 2023년 12월 기준으로 서울이 6억6351만원이었음을 볼 때, 이를 13으로 나눠보면 연 소득 평균값이 대략 5100만원 정도로 계산됐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는 더 심화하고 있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11.02배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상위 20% 가격 아파트 1채 가격으로 하위 20% 아파트를 11채 넘게 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가구별 순 자산 규모가 소득계층에 따라 더 벌어지면서 양극화가 증폭되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를 보면 부동산 가격이 요동친 데다 경기둔화와 물가상승에 따른 가처분소득 피해도 저소득자에게 집중되면서 분배지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습니다.
실제 서울 강남권에선 연일 신고가 기록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175㎡가 106억원에 거래됐죠.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에선 거래 문의가 크게 늘면서 일부 집주인이 호가를 수억원씩 올리고 있습니다. 송파구 잠실에선 불과 닷새 만에 실거래가가 2억5000만원 오른 아파트도 나왔습니다.
최근엔 아파트 입주자모임이 화제가 됐었는데요. 원결회는 래미안 원베일리의 아파트 주민들이 결성한 결혼 중매 모임입니다. 회원 수 350명 규모의 이 모임은 가입비 10만원, 연회비 30만원인데요. 본래 가입 대상은 해당 아파트의 입주민 당사자와 그 자녀 등 가족이었습니다.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아파트 입주민까지 합류, 가입자의 자녀들이 실제 만나는 정기 모임이 진행되기도 했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향후 해당 문화가 다른 지역으로 퍼진다면 주거 지역과 아파트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나뉘는 '부동산 계급사회'가 펼쳐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동산 가격 양극화로 인해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주택자 젊은 층의 박탈감도 한층 커질 것이 분명한데요. 이미 임대아파트 거주민을 일컫는 '임대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학교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편을 가르는 등 부동산은 우리 사회에서 계급 표출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인들의 삶의 만족도는 주요국 중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3년 한국의 평균 만족도 점수는 6.0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3위에 그쳤습니다. 일상생활 중 얼마나 자주 행복을 느끼는지 나타내는 긍정정서도 상위 소득자와 하위 소득자가 달랐습니다.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는 전체 평균(6.7점)보다 떨어진 6.1점이었고, 600만원 이상 가구는 6.8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택시장 양극화는 단순한 가격 차이를 넘어 사회적, 경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복합적인 이슈인데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주거 안정성을 높이고, 지역 간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하고 모든 계층이 주거 안정성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강영관 기자 k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