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정치인을 '선배'라 부르는 이유?

경찰은 형님, 검사는 직책 부르는데
기자 출신 정치인이 유독 많은 탓?

입력 : 2025-03-04 오후 6:47:48
[뉴스토마토 오승훈 산업1부장]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간을 통틀어 출입기자가 가장 많은 곳은? 검찰 공화국이니 검찰이나 법원일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답은 국회다. 지난 2020년 기준으로도 국회에 등록된 언론사는 507곳, 출입기자는 1700명이나 된다. 대략 3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전체 기자직 종사자의 약 5%가 국회를 츨입한다는 얘기다. 위 통계가 5년 전이니 출입기자 수는 더 늘었을 테다. 국회의 특성상 다른 출입처에 비해 출입·취재가 자유로운 데다, 인터넷 언론에 상시 출입증 발급이 시작된 2004년(17대)부터 큰 폭으로 출입기자 수가 증가했다.
 
인터넷에 떠 있는 인터뷰 유머짤.
 
국회의원이 300명이고 한 의원실마다 보좌진을 9명까지 둘 수 있으니 대략 3000명의 정치인 및 보좌진이 있는 셈인데 그 수의 절반 이상이 기자라는 얘기다.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정치인 반 기자 반'인 곳이 국회인 것이다. 국회는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남다른 호칭으로도 다른 출입처와 차이가 있다.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은 친한 의원이나 보좌관에게 '선배'라고 부른다. 경찰 출입기자는 일선 경찰들에게 '형님'이라 부르고, 검찰 출입기자는 검사들의 직책을 주로 부르는 반면, 정치부만 유달리 취재원을 선배라 부르는 것이다. 선배라는 호칭은 특히 언론계에서 각별하다. 입사 연도에 따라 위계가 나뉘는 언론계에서 후배가 부르는 선배라는 호칭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 선배라는 호칭을 정치인들에게 쓰는 것이다. 난 이 호칭을 친근감의 표시이자 권언유착의 징표라고 생각한다.
 
한국 저널리즘의 특징 중 하나를 꼽자면 다른 나라에 비해 활발한(?) 언론인의 정계 진출이다. 이른바 ‘폴리널리스트’로 불리는 이들은 언론과 정치의 독특한 접합을 보여준다. 언론과 정치 간 오랜 인적 이동은 두 영역의 관계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는 점에서, 폴리널리스트는 사회적 자본의 이동과 공유를 통해 언론과 특정 정당 간 유착 관계가 형성됨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이기도 하다. 
 
한 연구(김세은,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에 따르면, 제헌국회부터 20대까지의 국회의원 가운데 언론인 출신은 모두 377명이다. 제헌국회 당시 20.5%를 시작으로 대체로 15% 전후를 유지했다. 16대 20.1%를 기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19대와 20대에는 26명으로 8.7%에 머물렀다. 과거에 비해 비중이 줄었다지만 일본(2%) 미국(2.8%) 프랑스(1.2%) 독일(3.9%) 영국(5.4%) 등 여전히 주요 외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열띤 취재 현장에서 벌어진 일.(사진=방송화면 캡처)
 
폴리널리스를 지역별로 분류하면 전남과 경북이 가장 많았고, 경기고와 전주고,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이었다. 정치/외교학과 법학 전공자들이 가장 비중이 높았고 출신 언론사는 단일 단위로 봤을 때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가장 많았다. 절반 이상이 보수여당 계열로 진출했다. 지역구보다는 경선을 치르지 않는 비례대표/전국구가 많았다.
 
논문은 폴리널리스트가 한국에 유독 많은 이유로는 정치 지상주의와 더불어 입신양명을 성공한 인생으로 여기는 문화를 기저로, 정권의 필요에 의한 도구적 동원 및 정치 병행성이 강한 언론 시스템, 낮은 전문직화 수준, 언론 환경의 변화로 인한 직업 안정성 감소 등 다양한 차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이 감소하는 현상에 대해선 언론과 정치를 둘러싼 제도적 환경의 변화, 기회 구조의 변화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다시 말해, 정치를 향한 언론인의 열망 자체가 줄었다기보다는, 입법부로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폴리널리스트의 유형 또는 진입 경로가 다변화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회의원이라는 정치 엘리트 충원 경로가 다양해지는 것과 언론인 출신의 정치적 효용 감소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정치부 기자들이 정치인을 선배라고 부르는 이유는, 기자 출신 정치인이 유독 많았던 한국적 언론풍토에서 나도 모르게 자라난 미래지향적(?)인 태도 때문은 아니었을까.
 
오승훈 산업1부장 grantorin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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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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