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단통법 따르다 1140억 '날벼락'

단통법 위반으로 방통위에 낸 누적 과징금 1463억인데
방통위 행정지도 따랐더니 이번엔 공정위 제재
"담합행위로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 감소" 공정위 주장
정책 엇박자에 통신3사 희생양…"방통위 책임 져야" 지적도

입력 : 2025-03-12 오후 4:40:01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3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40억원 규모 과징금 제재를 받게됐습니다.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 편중되지 않도록 상호 조정하기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담합이 발생했다는 것이 공정위 시각인데요. 통신3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단통법) 준수에 대한 행정지도를 따른 결과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통신3사가 단통법 시행 이후 방통위에 낸 과징금 규모가 1463억원에 달하는데, 공정위 과징금 제재가 추가되면서 이중처벌 상황에 놓였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부처 간 규제충돌이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결국 국내 통신시장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단통법 안 지키면 방통위에, 지키면 공정위에 과징금
 
12일 공정위는 통신3사에 대해 담합으로 번호이동 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40억2600만원 부과를 결정했습니다. 각사별 내려진 과징금 규모는 SK텔레콤 426억6200만원, KT 330억2900만원, LG유플러스 383억3400만원입니다. 단통법 준수를 위해 자율규제 일환으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함께 시장상황반이 운영됐는데, 이 과정에서 번호이동 가입자 순증가 또는 순감소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조정하자고 합의가 이뤄진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통신3사의 이러한 담합행위로 하루평균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는 2014년 3000여건에서 2016년에는 200건 이내로 축소됐습니다. 2016년은 공정위가 담합이 시작됐다고 규정한 해입니다. 하루평균 번호이동 총건수는 2014년 2만8872건에서 2016년 1만5664건으로 45.7% 줄었습니다. 
 
통신3사 사옥,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진=각사)
 
통신3사는 공정위 제재 결정에 일제히 유감을 표했습니다. 이들은 단통법 준수를 위해 주무 부처인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따른 것을 두고 담합이라 규정하는 공정위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도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앞서 공정위에 의견서를 통해 통신사 행위는 담합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규제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담합행위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는데도 일반 경쟁법을 근거로 통신3사를 규제해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하는 것은 부당한 월권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번호이동 경쟁이 제한됐다는 것에 대해서도 업계는 방통위가 시장과열 기준으로 삼은 가이드라인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당시 방통위는 시장과열 지표로 하루평균 번호이동 수 2만4000여건을 설정했습니다. 이 수치가 넘으면 시장과열로 보고 시장안정화 조치를 행해왔습니다. 공정위 주장대로라면 통신사가 방통위 행정지도를 따르면 담합으로 몰리게 되고, 방통위 행정지도에 따르지 않으면 단통법 위반 처분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중규제 논란도 나옵니다. 통신3사는 2014년 단통법 시행 이후 방통위가 불법보조금으로 인한 시장과열에 대해 1463억원 규모 과징금 징계를 이미 받은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부처 간 정책 엇박자에 통신3사가 희생양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기업의 불확실성만 가중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의결서를 받는 대로 법적 대응을 모색할 예정"이라며 행정소송 제기를 예고했습니다. 통신3사에 의결서가 전달되기까지는 약 한달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방통위 책임론도 불거지는데요. 안 교수는 "방통위는 스스로 만든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던 통신사가 준법행위로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된 점에 대해 공정위에 제대로 방어하고 권한 행사를 하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지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