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가 박윤영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약 2년7개월간 이어진 외부 수혈 기조에 마침표를 찍고 'KT맨' 중심의 경영 체제로 돌아선 모습입니다. 다만 이사회 논란이 이어지며 지배구조 리스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습니다. 박윤영 대표는 조직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통신 본업 경쟁력 강화와 인공지능(AI) 기반 성장 전략을 병행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KT는 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44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박윤영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해당 안건은 주주 97.33%의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앞서 주요주주인
현대차(005380)와 국민연금공단이 찬성 입장을 밝힌 데 이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도 동의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박윤영 신임 대표는 1992년 한국통신(KT 전신)에 입사해 30여년간 회사에 몸담아온 내부 출신 인사입니다. 기업사업부문장, 미래사업개발단장, 컨버전스연구소장 등을 거치며 통신과 신사업 전반을 경험한 정통 KT맨으로 평가됩니다. 사내이사에는 박현진 이사가 함께 선임됐습니다. 박현진 이사는 KT 커스터머전략본부장, 5G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뒤
지니뮤직(043610)과
밀리의서재(418470) 대표를 지낸 통신·미디어 분야 전문가입니다.
이번 인사를 통해 KT는
LG씨엔에스(064400)(LG CNS) 대표 출신인 김영섭 전 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내부 인재 중심 경영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주총에서 침해 사고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사과하며 "AICT 기업 전환을 가속화하며 업의 본질 변화를 추진해 왔다"며 "앞으로도 KT는 새로 이끌 CEO를 중심으로 고객 신뢰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영섭 KT 대표가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만 이날 주총에서는 경영 이양을 둘러싼 잡음도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윤영 신임 대표가 주총장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당초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 참석 방안이 검토됐지만, 인사 등을 둘러싼 조율이 지연되며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과거 구현모 전 대표가 차기 CEO 내정자로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사례나, 최근 정재헌
SK텔레콤(017670)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주총장을 찾은 것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주주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박 대표는 대신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신속히 단행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KT는 이날 오후 관련 인사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주총 직후에는 임직원들에게 CEO 서신을 보내며 첫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박 대표는 KT를 AI 전환(AX)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네트워크와 보안 등 본질 경쟁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B2C 생활형 AI와 B2B AX 사업을 확대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또한 "올해를 전환의 출발점으로 삼아 향후 3년간 성과로 증명하겠다"며 실행 중심의 경영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주총에서는 이사회 구조를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됐습니다. KT는 기존 사외이사를 대부분 재선임하는 한편, 김영한 숭실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는 권명숙 전 인텔코리아 대표와 서진석 OCI홀딩스·부광약품 고문이 선임됐습니다.
노조 측은 이사회의 책임을 강하게 문제 삼았습니다. 김미영 KT 새노조 위원장은 "이사회의 전횡으로 경영 위기가 심화됐다"며 "컴플라이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사회가 견제 기능을 상실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KT 정상화를 위해 주주들에게 사과하고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용헌 KT 이사회 의장이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KT 이사회는 기존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과정에서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일부 사외이사의 이해관계 충돌 문제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특히 조승아 전 사외이사의 최대주주 계열사인
현대제철(004020)과의 겸직 문제 등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에 대해 김용헌 이사회 의장은 "주주들의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으며, 김영섭 대표도 "새로운 이사회와 경영진이 구성되면 다양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분위기 진정에 나섰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