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인간과 개의 소통, 외부 요인에 영향 많이 받아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진, 인간과 동물 관계 다루는 학술지에 발표
개의 표정이나 행동보다 개가 처한 상황으로 개의 감정 판단하는 경향 높아
소통을 위해서는 인간의 편향성 인정하고 반려견의 행동에 집중해야

입력 : 2025-03-13 오전 9:36:52
(사진=게티이미지)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2023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약 55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5.7%를 차지합니다. 이는 2020년 대비 2.8%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러한 가구당 평균 반려동물 수를 고려할 때, 한국의 전체 반려견 수는 약 473만 마리, 반려묘 수는 약 239만 마리로 추정됩니다.
 
최근 수십년 동안 반려동물의 수적 증가도 괄목할 만하지만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 역시 크게 달라졌습니다.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의인화 경향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에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없습니다. 따라서 반려동물과의 관계는 인간이 비언어적 소통을 통해 반려동물의 감정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끼리의 소통에서도 타인의 감정을 지각하는 것은 매우 복잡 미묘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하물며 동물의 감정을 지각하고 이해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ASU)의 행동신경과학 및 심리학프로그램 박사과정 연구원 홀리 몰리나로(Holly Molinaro)와 지도교수인 클라이브 윈(Clive Wynne)은 인간과 동물 관계를 다루는 전문 학술지 <앤스로조스(Anthrozoös)>에 발표한 논문 “헛다리 짚기: 인간이 개의 감정을 인식하는 것은 외부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Barking up the wrong tree: Human perceptions of dog emotions is influenced by extraneous factors)”에서 인간이 개의 감정을 어떻게 잘못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두 가지 실험을 수행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실험의 표본 크기는 383명, 두 번째 실험의 표본 크기는 485명으로, 모두 애리조나 주립대학 재학생이었습니다. 
 
연구진은 먼저 행복하게 느낄 만한 긍정적인 상황과 불행하게 느낄 만한 부정적인 상황에 있을 때의 개의 모습을 각각 영상으로 기록했습니다. 긍정적인 상황에는 산책용 목줄을 내밀거나 간식을 주는 행동이 포함되었고, 부정적인 상황에는 꾸짖거나 개들이 두려워하는 진공청소기를 꺼내는 장면이 포함되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이러한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일부 영상에서는 배경(맥락)을 포함했고, 일부에서는 배경을 삭제했습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영상을 편집하여, 원래 행복한 상황에서 촬영된 개가 마치 불행한 상황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반대로 원래 불행한 상황에서 촬영된 개가 행복한 상황에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참가자 전원에게 영상이 참가자의 정서에 미치는 감응성(valence)과 각성(arousal) 수준을 평가하고 개의 감정을 자유롭게 서술하도록 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영상에서 상황적 맥락을 제거하고, 참가자들에게 개의 감정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단순히 개가 등장하는 영상만 보여주고 “이 개가 얼마나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까? 얼마나 차분하거나 흥분한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같은 영상에 배경(맥락)을 추가하여 다시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맥락이 추가되면 개의 감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상 속 상황을 완전히 바꿔서 편집한 두 번째 실험에서는 개가 어떤 행동을 하든 참가자들은 맥락에 따라 개의 감정을 평가했습니다. 즉, 개가 간식을 받는 장면처럼 보이면, 실제로 개가 놀라거나 혼나고 있는 상황이라도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인간은 개와 상호작용이나 소통을 할 때, 개 자체의 감정보다 외부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상황에 의해 왜곡된 개의 감정을 지각하고 개의 감정을 오해합니다. 오해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는 인간이 자신의 감정을 개에게 투영하여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며 이런 ‘의인화’된 해석은 반려견의 실제 감정 상태와 그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몰리나로는 “사람들은 실제로 개가 하는 행동보다, 개를 둘러싼 상황을 보고 감정을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진공청소기에 반응하는 개의 영상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모두 개가 불안하고 기분이 나쁘다고 보았다. 그런데 같은 개가 같은 행동을 하는 영상이지만, 산책할 때 쓰는 목줄을 보고 반응하는 것처럼 편집된 영상을 보여주자, 개가 행복하고 차분하다고 평가했다”라고 했습니다.
 
이번 논문에 나와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몰리나로 연구원은 애리조나 주립대학 교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개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 자신이 개의 감정을 읽는 데 능숙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
- 자신의 편향성을 인식하고, 상황보다 개의 행동 자체에 집중할 것
- 개들도 나름대로 성격과 감정 표현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것
- 개의 감정을 판단하기 전에 좀 더 시간을 들여 세밀하게 관찰할 것
 
언어라는 가장 효율적인 소통 도구를 공유하는 인간도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때 표정뿐만 아니라 문화, 분위기, 상황적 맥락 등을 고려합니다. 그러나 동물의 감정을 인식할 때 이런 요인들이 인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반려동물 증가 추세(그래프=국회도서관 Data&Law)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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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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