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와 함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일괄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 자유무역을 기조로 유지해 온 국제 통상 질서를 사실상 무력화했습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 대해서는 '최악의 침해국'으로 지정하고 일본(24%)보다 높은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중에선 관세율이 가장 높아 충격이 더 크다는 평가입니다. 이에 따라 한·미 FTA는 사실상 백지화 수순이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구축됐던 자유무역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FTA 체결국임에도…'관세 폭탄' 현실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고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면서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드디어 우리는 미국을 앞에 둘 것"이라면서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황금기"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를 동원해 "각 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의 절반만큼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가 공개한 국가별 상호관세율 차트를 보면 △베트남 46% △태국 36% △중국 34% △대만 32% △스위스 31% △인도 26% △한국 25% △일본 24% △유럽연합(EU) 20% 등입니다.
한국은 50%의 무역장벽을 미국에 적용한 것으로 간주해 절반인 25%의 관세가 부과됐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사실상 양국 간 관세는 0%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교역 상대국의 관세뿐 아니라 검역, 규제, 통화정책 등 비관세 장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상호관세를 정하겠다고 밝혀 왔고, 이날 발표한 상호관세도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산정됐다고 미 정부는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상호관세의 계산법은 실제로 비관세 장벽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습니다. 미 백악관 대변인이 공개한 미 무역대표부의 산식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각국 상호관세율은 지난해 교역 대상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당국이 미국이 수출한 금액으로 나눈 비율에 따랐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한국에 대해 지난해 660억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를 수입액 1315억달러로 나누면 50%가 됩니다.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25%는 이를 반으로 나눈 값이라는 설명입니다. 계산 기준이 모호할뿐더러, 전 세계를 충격에 빠지게 한 미국의 상호관세가 '단순 계산'에 의해 부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미·대중 수출 타격 불가피…'대행 정부' 검토만
FTA 체결국임에도 관세 폭탄을 맞은 한국은 대미, 대중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반적인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축소될 전망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미국의 관세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놓고 "미국의 주요국에 대한 관세 부과와 통상정책 불확실성 지속으로 우리나라 전체 통관수출이 약 3.2%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특히 대미 수출은 5.9%, 대중 수출은 약 10.5%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미국의 관세정책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수출 감소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효과도 우리 수출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부는 미국의 발표 직후 연달아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대응책 검토에만 그쳤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긴급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로 다가온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통상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기업과 함께 오늘 발표된 상호관세의 상세 내용과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미 협상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자동차를 비롯한 피해예상 업종별 지원책과 조선사 선수금환급보증 확대 등 세부 지원방안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는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포함해 각급에서 대미 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각국, 보복 조치 강경 대응…글로벌 통상전쟁 격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미국은 30년 넘게 주도해 온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자유무역 질서에서 사실상 이탈했고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 통상 질서 전반에 거대한 파장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주도의 규칙 기반 시스템 위에 구축됐던 자유롭고 폭넓은 국제 무역의 시대가 갑작스럽게 막을 내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각 국은 즉각 반발하며 고강도 보복 조치 방침을 밝혔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모든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국익 수호를 위해 단호한 대응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캐나다도 "어떤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겠다"라면서 맞대응 방침을 전했습니다.
EU도 기존 철강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와 더불어 상호관세에 대한 맞대응 관세도 더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올로프 질 EU 무역담당 대변인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대응이 첫 조치이며,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등에 대한 추가 대응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도 "EU는 분야별로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 중이며 4월 말 전 단결된 방식으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로즈가든에서 관세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김태은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