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D+122일’ 윤석열이 망친 시장

입력 : 2025-04-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윤석열이 파면됐습니다. 그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 만입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귀환에 잔뜩 얼어붙었던 국내 경제와 금융·자본·외환시장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주가는 하락했고 환율은 뛰었으며 외국인들은 자금을 빼냈습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망가뜨린 시장, 122일 동안 시장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2024년 12월3일 늦은 밤, 느닷없이 TV에 대통령이 출연했습니다. 그는 여러 가지 국정 난맥상과 야당에 대한 비난 등을 늘어놓더니 그날 밤 11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수렁에 빠뜨린 순간이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야간시간에 거래되는 원달러환율이 실시간으로 치솟았습니다. 잠시 후에 개장한 미국 뉴욕증시에선 한국의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IShares MSCI South Korea Capped(종목기호 EWY)의 주가가 장중 7% 넘게 폭락했습니다. 
 
지난해 12월 4일 아침.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가 6시간 만에 해제된 후 열린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7% 급락한 2450.76에 거래를 시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02.9원)보다 15.2원 오른 1418.1원에 출발했다.(사진=뉴시스)
 
다음 날 아침 국내 증시라고 달랐을까요? 장중 낙폭을 줄이긴 했지만 1.44% 하락했습니다. 하루로 끝날 일도 아니어서 연일 추락했고 4영업일 만에 2360으로 주저앉았습니다. 
 
2360으로 최저가를 찍은 날은 12월9일 월요일이었습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가 즉시 대응해 계엄을 해제했고, 곧바로 대통령 탄핵안을 상정했기에 증시도 그나마 그 정도 하락에서 버티는 중이었는데, 주말 사이 벌어진 사건 때문에 다음 월요일의 낙폭이 컸던 겁니다. 이틀 전 토요일, 국회 본회의에 대통령 탄핵안이 상정돼 부결된 날이었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을 빠르게 수습할 기회를 놓친 데 대한 시장의 불안이 주가 하락으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곧바로 임시국회가 다시 소집됐습니다. 이번엔 여당 의원 일부가 탄핵안 찬성으로 돌아선 것 같다는 뉴스가 속속 전해졌고 마침내 12월14일 탄핵안이 통과돼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이 주부터 증시는 바닥을 다지고 반등을 모색하는 모양새였습니다. 월말 무렵 1480원대까지 단기간에 치솟는 환율을 잡지는 못했지만 투자자들은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맞이한 2025년 새해, 급등했던 환율은 진정 기미를 보였고 주가는 본격적인 반등세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제법 잘 달리던 시장이 2월 하순경부터 다시 흔들립니다. 윤석열 탄핵 재판이 길어지는 사이 전광훈 목사, 전한길 강사 등이 탄핵 반대 집회 전면에 나서 탄핵을 부정하고 부정선거 의혹과 각종 괴담을 퍼뜨리며 여론전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를 활용한 언론과 유튜버들에 의해 대통령 탄핵 요구가 이에 반대하는 여론과 비등한 것처럼 부풀려졌습니다. 매주 수없이 쏟아지는 여론조사에선 탄핵 반대 응답률이 조금씩 상승했습니다. 시장은 다시 흔들렸습니다. 
 
이 기간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고, 교역 상대국을 향해 온갖 엄포를 쏟아냈으며, 그로 인해 물가와 금리가 흔들렸기에,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을 온전히 윤석열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대한민국 리더십이 멈췄던 그 넉 달 사이 진행된 일이기에, 전 세계 시장 참여자들에게 한국의 정치·경제가 불안해졌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4일 오전 11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의 탄핵 사건 쟁점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가며 평결하는 사이 주식시장에선 미국의 급락에 하락 출발했던 코스피가 빠르게 낙폭을 줄이더니 상승 전환해 2500선까지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상승이 유지되지는 못하고 다시 하락해 잠깐의 양전환에 그치고 말았으나, 국내 증시가 윤석열의 파면 소식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습니다. 
 
윤석열의 파면으로 시장의 큰 우려는 하나 덜었지만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이어질 혼란은 여전합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압박이 실존하는 이상 우리 경제와 기업들이 마주할 고난이 우려됩니다. 하루빨리 윤석열의 그림자를 지우고 망가진 국격을 바로 세우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제부터 진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삭제하고 밸류업해야 할 시간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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