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심우정 특혜' 고발건 알고도 감사?…'보여주기' 논란

공익감사청구 처리규정…'수사 중 사항은 감사 제외사항'
외교부 특혜채용 사건, 4월3일 공수처 배당 돼 수사 착수

입력 : 2025-04-07 오후 4:48:1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외교부가 심우정 검찰총장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이 된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사 중 사안은 공익 감사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돼 감사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외교부의 대응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지원 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외교부 APEC지원단 관련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앞서 외교부는 지난 1일 '심 총장 자녀 A씨가 국립외교원 및 외교부 직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거듭 제기되자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외교부는 "검찰총장 자녀의 외교부 공무직 근로자 채용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에 객관적인 판단을 구하기 위해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며 "감사원 감사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채용에 대한 결정은 유보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심 총장의 딸은 지난 2월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직에 합격해 신원 조사만 남겨둔 상태입니다.
 
A씨가 외교부에 채용된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외교부 연구원 채용 공고의 응시 자격이 한 달 만에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는 점입니다. 심씨의 전공은 국제협력 분야로 알려졌습니다.
  
또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충족이 돼야 한다는 조건에 A씨의 경력이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A씨가 지난해 국립외교원에 근무했던 기간은 총 8개월3일입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A씨의 경력이 '총 35개월'이라며 지원 자격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A씨 관련 의혹은 이미 고발이 진행됐습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달 27일 심 총장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습니다. 사세행은 "조 장관이 자신이 국무위원으로 연루되어 있는 12·3 내란 사태 검찰 수사를 총괄하는 현직 검찰총장 심우정의 딸에게 특혜를 줄 목적으로 자신의 직무 권한을 함부로 남용했다"라고 주장합니다. 해당 고발 건은 지난 3일 공수처 수사3부 이대환 부장검사실에 배당됐고, 수사가 착수됐습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심 총장 자녀에 대한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외교부는 채용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고발 후 수사가 진행된 건에 대해서 감사원은 감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감사원 훈령 '공익감사청구 처리규정' 제4조에 따르면, '수사 중이거나 재판(헌법재판소 심판을 포함), 행정심판, 감사원 심사청구 또는 화해·조정·중재 등 법령에 따른 불복절차가 진행 중인 사항'은 감사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수사 또는 재판, 행정심판 등과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예산 낭비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감사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외교부의 입장과 달리, 감사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감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외교부가 청구한 공익 감사 건에 대해 "일단 접수는 됐지만 아직 검토 중이다"라며 "(감사가) 결정된 상황은 아니다. 검토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워 구체적으로 답변드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감사원 규정을 몰랐을 리 없는 외교부가 시민단체의 고발을 알았음에도 공익 감사 청구를 한 것은, 논란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기에 급급해 '보여주기식' 대처를 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한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7일 <뉴스토마토>에 "보여주기식의 감사 청구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외교부는 "검찰총장 자녀의 외교부 공무직 근로자 채용과 관련하여 제기된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구하기 위해 1일 오후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며 "공수처의 수사 개시 여부 및 감사원의 각하가능성에 대하여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심 총장 딸 건에 대해) 고발(된) 상황은 알고 있었다"면서도 "어쨌든 저희가 공익 감사를 청구할 때는 (공수처가) 수사를 배당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공익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감사원이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감사를 해서 저희한테 결과를 알려주든 수사 중인 상황에서 감사가 어렵다고 하든 저희로서 예단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A씨 채용 문제와 관련한 차후 진행방향에 대해선 "일단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채용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겁니다.  
 
심우정 총장 자녀 특혜비리 진상조사단의 간사인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시민단체가 공수처에 고발해 담당 검사 배정이 이미 이뤄졌고, 수사 중 사안은 공익 감사 대상에서 원칙적 제외돼 감사가 안 되는데 외교부가 이 사실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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