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충격' 금융지주 충당금 공포 엄습

입력 : 2025-04-07 오후 1:50:05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지주사들이 2분기에 들어서자마자 발생한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기업대출 연체율 급등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이 커진 탓입니다. 당분간 보수적인 영업 태도를 유지하고 일별 자산건전성 지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대손충당금, 실적 영향 촉각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 등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앞으로 금융지주 실적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금융지주가 적립하는 충당금은 대출자산 부실에 대비한 예비자금입니다. 충당금은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을 감소시킵니다.
 
지난 2022년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른 이후 금융지주사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했습니다. 이후 충당급 적립 규모를 점차 줄여나갔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따라 기업대출에 대한 부실 위험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2023년 11조1445억원에서 2024년 8조2802억원으로 충당금을 2조8643억원 덜 쌓았습니다. 충당금 적립을 대폭 줄이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5대 금융지주 총순이익은 18조87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2% 늘었습니다.
 
다만 역대급 실적의 근간이 돼 온 이자이익 증감률은 2.54%에 불과합니다. 작년 4분기부터 기준금리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기대할 수 있는 이자이익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5대 금융지주 평균 순이자마진(NIM)은 1년 새 1.92%에서 1.85%로 0.07%p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위험 요인이 없다면 충당금을 줄일 수 있지만, 위기가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81%입니다. 금감원이 처음 중기 대출 연체율 통계를 공개한 2020년 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금융지주 주력계열사인 은행 입장에서는 충당금 적립 등으로 건전성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은행 등 금융사들이 여신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고환율 더한 이중고 
 
고환율로 인해 자본건전성 관리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파면으로 원화값을 짓누르던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조기 대선에 따른 여야 대결 국면이 이어지는 데다 미국발 관세 전쟁에 대한 공포감이 커졌습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7.9원 오른 1462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꺼내지 않고 있는 것도 시장에 공포감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우리 증시와 원화 값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고환율로 인해 자기자본비율(CET1)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환율은 CET1 비율의 등락에 영향을 줍니다. 환율이 오르면 금융회사의 외화자산 중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환산액이 증가하고 CET1 비율이 낮아집니다. 원달러 환율 10원 당 CET1 비율은 약 0.2~0.3%p 움직인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말 '12.3 비상계엄'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480원 가까이 오르자 일부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하락했습니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낮아지자 금융지주들은 CET1 비율의 큰 폭 상승을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분기 들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70원을 넘나들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고환율 기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감독원도 고환율과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금융사들에게 자본여력 제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환율 안정이 불투명해지자 금융지주들은 자본비율 방어에 다시 고삐를 죄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말 고환율 시기에 도입했던 일 단위의 자본건전성 모니터링 체계를 재가동했습니다. 위험가중치가 낮은 우량자산 중심으로 자산 리밸런싱에도 나섰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고금리·고환율에 따른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해 최근 순이익 감소 요인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면서 "2분기 들어 미국발 관세 충격이 더해지면서 건전성 관리에 데 한 주문이 커지고 있어 충당금 적립 압박이 다시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원화값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34.1원)보다 27.9원 급등한 1462.0원에 출발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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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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