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미국의 상호 관세 조치에 금융권도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은행들은 관세 부과로 수출입 기업군의 대출 관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고, 카드사들은 소비 감소까지 겹치면서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보험사와 증권사도 수익 관리에 애를 먹을 것으로 보입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이후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 관리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먼저 미국발 관세 정책이 미칠 영향을 단계별로 분석하고, 산업군별 위험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군의 특성상 관세 부과로 실적이 악화하며 부실 기업 여신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경기침체 장기화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악화된 상태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지난 1월 기준 0.53%로 오름세를 이어갔는데,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7%로 연체율 상승이 뚜렷했습니다. 금감원은 최근 신규연체율 추이를 볼 때 연체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중소기업 위주로 대출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지만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비용도 계속 늘어나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카드업권은 소비 지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 중입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역마진이 발생한 상황에서 카드론 등 대출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인데, 수익성 악화에 이어 건전성 지표마저 취약해졌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롯데·BC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1.65%입니다. 지난 2014년 1.69%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연체율은 카드 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을 말합니다.
보험업권의 경우에도 미국발 관세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손익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시장금리 하락과 규제 할인율 강화 등 영향으로 보험 손익 성장이 전년보다 더 쉽지 않은데, 투자 손익마저 감소하면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위탁매매 수수료를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있는 증권업권도 영향권에 있습니다. 미국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을 경우 실적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게 됩니다. 관세 부과에 따른 경기 침체와 기준금리 인하 지연 소식이 반복되면서 이미 글로벌 증시를 비롯해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에는 코스피가 5% 이상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증시 부진으로 지난 1분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거래도 감세소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지주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비상대응체계 구축에 나선 상태입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회장 주재의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하고, 은행을 비롯해 비은행 등 각 계열사별 리스크 관리 체계와 유동성 공급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커지면서 금융권이 비상대응체계 구축에 나섰다. 사진은 한 시민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기사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