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무인 무기의 전술적 가치가 크게 높아진 가운데, 국내 방산기업들이 해외 방산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며 무인 무기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국방 전략기술은 주요국에 비해 3~5년 뒤쳐져 있는 실정이라며 구체적 협력 방안이 나올 때까지 해외 업체들과 꾸준한 접촉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오른쪽)과 브라이언 쉼프 안두릴 대표가 2일 방위사업청 과천청사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방위사업청)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위사업청(방사청)을 비롯해 국내 방산기업들이 차세대 무인 무기체계 개발을 위해 미국 방산업체들과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와 업무협약을 잇따라 체결하고 있습니다.
HD현대와 미국의 인공지능(AI) 방산 스타트업인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는 지난 4일, ‘무인수상정(USV) 개발 및 시장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양사는 HD현대의 자율운항 기술과 안두릴의 자율 임무 수행 솔루션을 결합해 무인수상정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앞선 2일 안두릴은 방사청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첨단 유·무인 전투체계 공공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양측은 향후 한국의 연구개발 및 생산역량과 안두릴의 첨단 기술력을 결합한 실질적 협력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날 대한항공도 안두릴과 ‘자율형 무인기(AAVs)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양사는 △한·미 자율형 무인기 사업 협력 △안두릴의 아시아 생산 기지 한국 구축 검토 등을 협의해 나갈 계획입니다.
LIG넥스원 역시 안두릴과 ‘미래전 무기체계 개발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협약에는 △유도무기 △무인잠수정 △유무인복합체계(MUM-T) 등에 AI 기반 운영시스템을 장착 및 협업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무인기 전문기업인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 ‘그레이 이글(GE)-STOL’을 공동개발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지난 2일 맺었습니다. 양사는 기획·설계부터 생산·판매까지 전 분야에 걸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방산기업들의 이같은 행보에 전문가들은 환영의 뜻을 드러내면서도 무인 무기체계 개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이번 협력으로 무인 무기 등에 대한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다”면서도 “정부는 한국 국방전략기술이 주요국에 비해 3년~5년 가량 뒤쳐져 있다고 하는데, 연구자 입장에서는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고 보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습니다.
송방원 건국대학교 방위사업학과 교수도 “MOU가 실효성이 부족한 만큼, 실제 계약이 이뤄지기 전까진 안심할 수 없다”며 “기술 교류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나올 때까지 꾸준히 접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