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잇따른 기술 반환과 역대급 규모의 기술이전 성과가 이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 업계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초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신약 후보물질 반환을 통보받았습니다. 유한양행과 베링거인겔하임은 2019년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 신약 후보 물질 YH25724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약 1조원 규모의 대형 계약으로 화제를 모았죠.
YH25724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섬유아세포성장인자21(FGF21) 이중작용항체로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한 베링거인겔하임이 주요 결과 공개를 앞두고 돌연 기술반환을 통보한 것입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MASH 신약후보물질 반환 사례는 지난해 10월에도 있었습니다. 유한양행이 길리어드사이언스에 기술 수출한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 신약 후보 물질 YH33619에 대한 개발 권리가 반환됐습니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28일 중국 CS파마슈티컬스로부터 섬유증 질환 치료제 베르시포로신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습니다. 대웅제약은 2023년 영국 CS파마슈티컬스와 약 491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CS파마슈티컬스는 중국·홍콩·마카오 등에서 임상 3상과 상업화를 맡을 계획이었지만 연구개발(R&D) 젼략을 변경하면서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에 콜라겐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폐 기능을 상실하는 난치병입니다. 베르시포로신은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알려집니다.
남은 과제는 반환된 신약 후보 물질을 자체 개발하거나 기술 재이전 등을 통해 재기할 기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역대 두번째 4조원대 기술수출 탄생
국내 대표 제약사의 기술 반환 소식에 주춤했던 글로벌 기술수출에 역대급 규모의 계약이 성사돼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는 업계에서 두 번째로 4조원대 기술이전 계약 체결에 성공했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새로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그랩바디-B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총 계약 규모는 4조1000억원으로 2020년 알테오젠 미국 머크(MSD)와 체결한 4조7000억원기술이전 계약에 이어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기술이전 계약입니다. 계약에 따라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B 관련 기술을 이전하고 GSK는 전임상 및 임상 개발, 제조, 상업화를 담당할 계획입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랩바디-B의 치료 접근법 및 타깃을 항체, 메신저 리보핵산(mRNA),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 다양하게 적용범위를 확장해 세분화해 기술이전 기회를 높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