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이효진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1강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으면서 현역 국회의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108명의 의원 중 과반이 특정 캠프에 합류하지도, 지지 후보를 밝히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 최대 주주인 친윤(친윤석열)계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과는 달리 대세론을 형성한 주자가 없자, 의원들 간 눈치싸움을 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당 안팎에서는 되레 용병인 '한덕수 대망론'을 띄우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8명의 대통령선거 1차 경선 진출자를 확정지었다. 사진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다. (사진=뉴시스)
"반탄파·친윤"… 지지층 겹치는 '김문수·나경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공개 지지한 현역 의원은 박수영·김선교·엄태영·인요한 등 4명입니다. 이들은 각 파트의 장을 맡아 캠프에서 실질적인 일을 도을 예정입니다. 다만 17일 김 전 장관의 캠프 개소식에는 국민의힘 지도부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현역 의원 20여 명이 참석했지만, 다수는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권 비대위원장은 "입추의 여지없이 많이 오셨다. 앞으로 열심히 김 선배님을 응원해 좋은 결과를 얻도록 애써 달라"고 말했습니다. 권 원내대표도 "이번 대선 시대정신은 국가 정상화다. 이를 위해 이재명을 아웃시켜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사실상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 전 장관에게 힘을 싣는 모습입니다.
김 전 장관과 함께 '친윤(친윤석열)계'로 불리는 나경원 의원을 공개 지지 선언한 현역의원은 이만희·강승규·김민전·박상웅·임종득 의원입니다. 이들은 주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씨의 탄핵 반대 시위를 한 '아스팔트파'로 분류되는 이들입니다. 이 중 3선인 이만희 의원은 김 전 장관이 대선 출마를 확정 지었을 당시에 함께 하기도 했지만, 공개 지지는 나 의원을 택했습니다.
이 밖에도 공개 지지를 선언하진 않았지만, 지난 11일 나 의원 국회 본청 앞에서 출마선언을 진행하자 현역 의원 16명이 출동했습니다. 이처럼 김 전 장관과 나 의원을 지지하는 세력이 대부분 '친윤' '반탄(탄핵반대)'파로,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홍준표 캠프에 3명 합류…한동훈, 인선발표 '무'
홍준표 전 대구시장 캠프는 현역 의원 3명이 합류한 상태입니다. 유상범·김대식·김위상 의원인데요. 재선인 유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초선 의원입니다. 홍 전 시장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당내 지지세가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경선을 앞두고는 현역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려온 것으로 파악됩니다.
김대식 의원은 지난 15일 "(지지하는 현역 의원이) 30분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원외위원장은 60여 분 정도 돼서 80여 분까지 확대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근거 있는 자신감일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홍 전 시장 대선 출마 선언식에는 현역 의원 17명이 참석했지만, 실제로 공식적으로 캠프 합류를 결정한 건 3명뿐이기 때문입니다. 또 홍 전 시장의 출마 선언식을 찾았던 인요한 의원은 김 전 장관 캠프에 들어가며 방향을 틀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캠프는 아직 공식 인선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이 비공식적으로 한 전 대표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 지지를 선언한 이들은 없기 때문인데요. 현역의원 17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 10일 국회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한 전 대표의 대선 출마선언식에도 참여했습니다.
대부분 한 전 대표의 당 대표 시절부터 한 대표를 도운 인사들인데요. 박정하·서범수·안상훈·우재준·한지아 등 초재선 의원 비중이 높습니다. 지역 지지기반이 미약한 비례대표 출신도 다수 분포해 경선 통과에 필요한 당원 표심을 자극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현역 없는 후보들도…물밑에선 '한덕수 추대론' 여전
이밖에 안철수 의원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양향자 전 의원은 현역 의원 없이 캠프가 꾸려진 상태입니다. 지난 8일 안 의원 출마 선언식에는 윤상현 의원이 참석했지만, 공식적인 지지선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 지사는 지난 9일에 후보 출마 선언을 공식화했는데요. 여기에는 이달희 등 현역 의원 5명이 참석했지만 모두 공식 지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유 시장은 중앙 정치인들보다 지역 의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17일 유 시장을 지지하는 이들이 인천시청 앞에서 '일하는 대통령 유정복! 필승을 기원합니다'란 현수막을 들고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전·현직 지방의원 3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양 전 의원은 개혁신당 소속이었으나, 지난 10일 탈당 후 국민의힘에 입당한 만큼, 특별한 지지기반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한덕수 출마론'에 선을 그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보수 진영 내 지지율 1위를 기록해 '빅텐트'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특히 박수영 의원은 김문수 전 장관 지지를 공식화했음에도 여전히 '한덕수·김문수 단일화' 전략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후보가 많기도 하고, 누군가를 드러내놓고 지지하기에는 부담되는 부분이 있다"며 "지금 상당히 분리한 조건으로 대선을 치뤄야 하는 입장에서 흩어지기보단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특정 후보에게 줄을 서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