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KAIST, AI로 자연에 없는 효소 설계

"딥러닝으로 미생물 공장도 만들 수 있어"
차세대 바이오산업 지형 변화 가속화 예고

입력 : 2025-04-18 오전 9:38:17
(왼쪽부터)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위), 생명화학공학과 지홍근 박사과정(위), 생명화학공학과 김하림 박사과정, 생물공정연구센터 김기배 박사. (사진=KAIST)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효소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신약, 바이오 연료 등 차세대 바이오 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미생물 세포공장’ 구축이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은 AI를 기반으로 효소의 기능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최신 기술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연구 결과를 3월28일, 세계적인 생명공학 저널 <생명공학 동향(Trends in Biotechnology)>에 발표했습니다.
 
딥러닝으로 자연계를 뛰어넘는 효소 구현
 
효소는 세포 내 생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로,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분자입니다. 새로운 효소를 발굴하거나 설계하는 일은 곧 미생물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으로, 인공 생명체나 의약·화학 소재 생산을 위한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상엽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활용해 효소의 기능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초기에는 단백질 서열 간의 유사성을 비교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그래프 신경망, 트랜스포머 기반의 대규모 언어 모델 등 최첨단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딥러닝 기술은 아미노산 서열에 내재된 구조적·진화적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함으로써, 효소의 촉매 기능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AI 기반 효소 예측 기술은 단순한 생물정보학의 수준을 넘어, 실제로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효소까지 설계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 이는 기존 접근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별성과 응용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KAIST 연구는 기존의 연구와 달리 머신러닝, 딥러닝, 생성형 AI 등 다양한 알고리즘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며, 효소 기능 예측과 설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조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연구의 범위와 깊이가 돋보입니다. 단순히 모델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AI 기반 효소 기능 예측 기술의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AI로 ‘상상 속 효소’도 만든다
 
이번 논문은 단순히 기존 기술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성형 AI 모델의 발전에 따라 ‘예측’을 넘어 ‘창조’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기능의 효소를 AI가 설계해내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공동 제1저자인 김하림 박사과정생은 “AI 기반의 효소 설계는 대사공학, 합성생물학, 헬스 케어 등 다양한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딥러닝 기반 항생제 개발’ 및 ‘친환경 바이오 제조 기술’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습니다.
 
이상엽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가 어떻게 생명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우리나라가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세계 선두 주자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다양한 딥러닝 구조를 활용한 효소 특성 추출 및 기능 예측. (사진=KAIST)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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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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