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건강보험 지출, 고령화 아닌 과잉 진료 탓"

KDI 보고서…1인당 건보 지출 10년새 28%↑
"동네 병원 행위별 수가제가 과잉 진료 유발"

입력 : 2025-04-21 오후 3:22:2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최근 건강보험 지출 증가의 주된 원인이 인구 고령화가 아닌 동네 병원인 의원급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 때문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동네 병원을 중심으로 외래 진료비 단가가 빠르게 인상되면서 전체 건강보험 지출이 급증, 현행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수가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랐습니다. 
 
진료 단가 상승 등 '가격 요인' 주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발간한 'KDI 포커스 건강보험 지출 증가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는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 2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를 인구 구조, 의료서비스 이용량(수량 요인), 의료서비스 가격(가격 요인)으로 나눠 분석했습니다.
 
요인별 기여율을 보면 진료 단가 상승 등 '가격 요인'이 76.7%로 기여도로 가장 컸고 의료서비스 이용량인 '수량 요인'은 14.6%, 고령화와 같은 '인구 요인'은 8.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료비 상승의 주된 원인이 '진료비 증가'였다는 의미입니다.
 
가격 요인을 의료기관 종별로 다시 세분화해보면 동네 병원(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진료비 증가의 24.9%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은 17.0%, 종합병원은 14.6%였습니다. 진료 형태별로 보면 입원서비스보다는 외래서비스에서 가격 요인의 상승 기여도가 컸습니다. 암 등 고비용 질환의 외래 중심 치료 전환, 진료 강도의 상승, 고가 서비스 이용 등이 배경으로 꼽힙니다.
 
의료 이용 빈도 자체는 둔화 추세를 보였습니다. 입원서비스 이용은 2009년 대비 45.9% 증가했지만, 해마다 증가율은 점차 낮아졌습니다. 이용 빈도를 나타내는 수량 요인 기여도 역시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권정현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dms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FOCUS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DI)
 
'건강한 고령화'로 인구구조 영향↓…수가제 보완 필요
 
눈에 띄는 것은 고령화에 따른 진료비 지출 증가는 초고령층에서 확인되긴 했으나, 전반적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는 점입니다. 65∼74세 '전기 고령층'에서는 오히려 진료 이용량이 줄면서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경향까지 나타났습니다. 과거보다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건강 관리도 양호해지면서 60세 이상 고령층이 병원을 찾는 비율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권정현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주로 고령화에 기인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요인은 맞지만 의료서비스의 가격 및 이용 증가 정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건강보험 지출 관리를 불필요한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과 과잉 진료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히 의료서비스 항목별로 설정된 가격을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권 연구위원은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진료량 및 진료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유인이 많지 않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이 예방·관리 중심의 일차 의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성과 기반 보상제도 등 대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생애 말기 연명치료 이용 증가에 대한 관리, 건강한 고령화를 위한 예방 투자 확대, 건강보험 지출 요인 평가의 정례화 등 과제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권정현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FOCUS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진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