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에 '특수통' 오광수…검찰개혁 의지 '의문'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실패 '데자뷔'…"정보 쥔 민정, 역풍 우려"
정무수석 우상호·홍보수석 이규연…"국민통합·소통 이끌 적임자"

입력 : 2025-06-08 오후 4:41:44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초대 민정수석에 '특수통' 출신의 오광수 변호사를 임명했습니다. 이미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 실패를 경험한 범여권의 우려에도 또다시 특수통 출신의 민정수석 임명을 강행한 건데요. 이 대통령이 오 민정수석의 '검찰개혁' 의지를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검찰 출신의 손으로 개혁이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전방위적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오광수, 26년 검찰 재직 '특수통'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3명의 수석급 인선을 발표했습니다. 민정수석에 특수통 검사장 출신인 오 변호사, 정무수석에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한 우상호 전 의원, 홍보소통수석에 언론인 출신인 이규연 전 <JTBC> 대표를 각각 낙점했습니다.
 
강 비서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섬기고 아우르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에 따라, 국민통합과 소통을 책임질 적임자들을 선택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초대 민정수석인 오 민정수석에 대해 "적극적인 추진력과 온화한 인품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라며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어, 새 정부의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고 밝혔습니다. 
 
전북 남원 출생의 오 민정수석은 사법연수원 18기로 이 대통령, 원조 친명(친이재명)계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과 동기입니다. 또 대검찰청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대구지검장 등을 지낸 전형적인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검찰에서 26년을 재직했습니다.
 
재직 기간에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분식회계 사건, 한보그룹 분식회계 사건,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 비리사건,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의 수사를 담당했습니다.
 
변호사로 개업한 이후에는 2017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을 때 변호인단에 합류했고, 최근까지 법무법인 대륙아주 형사팀을 총괄하는 대표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문제는 검찰개혁에 대한 동력 약화입니다. 오 민정수석의 과거 이력 때문인데요. 특수통 검사가 민정수석에 기용되면서 이재명정부의 검찰개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그는 윤석열씨와 같은 '특수부' 라인이자 2013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대구고검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대구 지검장이었습니다. 2018년에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특별검사 후보자 4명 중 한 명으로 포함됐습니다. 
 
특히 그가 몸담은 대륙아주는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를 맡았다가 지난해 12월11일 사임했습니다. 오 민정수석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변호한 변호사와 법무법인을 공동 운영한 전력도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8일 이재명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인선을 발표 했다. 사진은 이날 오광수 민정수석. (사진=뉴시스)
 
추미애도 박은정도 '우려'…이 대통령 '직접 설명'
 
오 민정수석의 이력 때문에 범여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집니다. 문재인정부 내 민정수석 자리는 '잔혹사' 그 자체였습니다. 당시 문재인정부는 검찰 출신도 기용해가며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습니다.
 
때문에 범여권과 시민사회에서도 오 민정수석 임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부장검사 출신의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민정이라는 자리는 대통령의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자리"라며 "나중에 역풍, 그러니까 되치기를 할 중요한 정보를 친윤(친윤석열) 검찰이 쥐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검찰은) 먼저 변신해서 굽신거리고, 그다음에는 자료를 모아서 배신하는 일을 반복했다"며 "그래서 검찰개혁을 반드시 해야 하고, 그러려면 인사를 신중하게, 세평만 보고 솔깃하라고 집어넣는 정보를 믿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민정수석의 임명이 검찰개혁보다는 검찰정보에 대한 활용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특수통인 윤석열(전 대통령)과도 근무연으로 얽혀있는 특수통 계보다. 특수통 계보 검사들 특유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유능한 맨파워,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조직을 확실히 장악해서 제대로 써먹어 보겠다는 의사로 읽힌다"고 꼬집었습니다. 오 민정수석의 임명에 따라 검찰개혁의 골든타임을 허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헌환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기존 검찰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초가집을 허물고 빌딩을 세우기 위해서는 초가집 설계자가 아니라 빌딩 설계자의 입장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강 비서실장은 이번 인선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정치검찰의 가장 큰 피해자"라며 "오 민정수석의 사법개혁 의지도 확인했고, 우려하는 부분에 걱정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7일 민주당 1·2기 지도부와 만찬 자리에서 오 민정수석에 대한 인선 이유를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일각의 반대 목소리에 직접 양해를 구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한동인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