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식 의리…통일부 장관에 정동영

장관 인선, 현역 의원 5명 포진 '안정감' 추구
'정통 대표' 이 대통령, 정동영 초대 내각 발탁
네이버 한성숙-LG 배경훈·윤창렬…'기업인' 낙점

입력 : 2025-06-23 오후 5:41:31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20여일 만에 초대 내각 인선을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의 인사 방향성이 확인됐습니다. 부처별 특성에 따라 개혁과 실용을 반영하고, 전문 분야에는 유능함을 택한 건데요. 통일부 장관에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임명되면서 이른바 '이재명식 의리'도 돋보였습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정동영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년 각별한 인연…입증된 통일 '수장'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3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11명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하며 "실용과 효능감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철학에 따라 성과를 만들어가는 행정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각 후보자에게 △국익 외교 △한반도 긴장 완화 △군 개혁 △기후위기 준비 △북극 항로 개척 등 분명한 과제를 부여했고, 가시적 결과물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군 개혁과 관련해서는 '문민 국방'이라는 대선 공약이 실현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및 내란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안규백 의원을 국방부 장관에 내정했습니다.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와 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의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한 '국방통'입니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64년 만에 문민 국방부 장관 시대를 연 것으로, 군내 엘리트 문화를 혁파할 적임자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통일부 장관에는 정동영 의원을 내정해 과거 인연이 주목받았습니다. 정 후자는 노무현정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며 개성공단 안착과 북핵 위기 해소를 위한 9·19 공동성명이라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당시 정 후보자는 평양 방문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직접 제안하는 등 실질적인 남북 교류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또 현안 해소에 있어서는 미국 등 주변국에 남북 경협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외교력도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대통령실도 정 후보자에 대해 "누구보다도 풍부한 경험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인물"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의 돌파구를 마련할 적임자"라고 평가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긴장 국면에 접어든 남북관계 화해 국면을 위한 정 의원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겁니다. 
 
이 대통령과 정 후보자는 각별한 사이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정 후보자의 복당을 추진해 친노(친노무현) 및 친문(친문재인)의 강한 반발을 샀으며, 지난 총선에서는 전북 전주에 공천함으로써 국회 재진입을 도왔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 정동영 팬클럽인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공동대표로 정치권에 발을 디뎠습니다. 2007년 대선 당시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정 후보자의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 후보자는 민주당 내 '이재명계'의 원로로 물밑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결국 20년의 인연인 이 대통령과 정 후보자의 '의리'가 돋보인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업인 대거 중용…김경수·박용진은 일단 '불발'
 
이와 함께 기업인 출신도 대거 중용됐습니다.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가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에, 배경훈 LG AI(인공지능)연구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이 국무조정실장에 각각 내정됐습니다. 
 
강 실장은 배 후보자에 대해 "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 등으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AI 3대 강국 달성을 위해 어렵게 모신 전문가로, 하정우 AI미래기획 수석과 함께 AI 국가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한 후보자 역시 기업인으로 라인, 네이버웹툰 등에서 혁신을 이끌었고 '포춘 인터내셔널 파워 우먼 50'에 4년 연속 선정된 영향력 있는 인물입니다. 윤 원장은 과거 총리실을 거친 관료 출신으로 이번 인선을 통해 총리실로 복귀, 국무 조정의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날 발표된 11명의 장관 후보자 중 5명이 현역 국회의원인데요.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한 '안정감'에도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번 인선의 지역 안배도 주목되는데, 해수부 장관 후보자인 전재수 의원은 민주당 유일의 부산 지역 국회의원입니다.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북극 항로 개척'과 '해수부 부산 이전'을 주도할 전망입니다. 
 
다만,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군이던 박용진 전 의원의 입각이 불발되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행정안전부 장관 임명도 하마평으로만 남아 있어 당내 통합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한편 이날 내각 인선 발표에는 대통령실이 국민의 의견을 인사에 반영하겠다며 운영한 '국민추천제'에 추천된 인물들도 포함됐습니다. 대통령실은 "조현·정동영·안규백·권오을·송미령·김성환·김영훈·강선우·전재수·한성숙 후보자 지명에는 공익을 위해 일해줄 것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이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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