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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25일 14:3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K-미용의료기기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의 인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제이시스메디칼, 비니지스온 등이 인수합병(M&A) 절차를 거친 가운데 올해에도 VIG파트너스(이하 VIG)가 피부미용 의료기기 업체
비올(335890)을 인수하면서 주요 매물들이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VIG는 새 정부에서 도입을 예고한 의무공개매수제도에 앞서 소액주주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지배주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하는 기업이 대상회사의 모든 주주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주식을 매수할 기회를 제공한다. 최대주주의 지분에 대해서만 프리미엄을 얹어 소액주주들이 소외되는 것을 막고, 인수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24일 IB업계에 따르면 VIG는 비올을 인수한 이후 상장폐지 목적 공개매수 과정에서 소액주주에게도 최대주주와 똑같은 프리미엄을 제공, 공개매수 초기임에도 대규모 거래량이 발생하면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비올 미용의료기기(사진=비올)
공개매수 3일간 거래량 73%…개인주주 지분 대량 인수
VIG가 지난 18일부터 진행한 공개매수 과정에서 3일 간 발생한 거래량은 2747만주로, 공개매수 대상 주식수의 73.4%에 달했다. 특히 기관, 외국인 등이 대량으로 매수하는 형태가 나타났으며, 해당 기간 주가는 공개매수가인 1만2500원 보다 조금 낮게 유지됐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공개매수가 시작된 후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소폭 낮게 형성되고, 개인투자자 매도와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 매수 행태가 나타나며, 공개매수 초기 대규모 거래량이 발생하는 세 가지 상황을 공개매수 성공 척도로 본다.
지난 20일 한국거래소 기준 비올의 종가는 공개매수가보다 1.0% 낮은 주당 1만2380원을 기록했다. 1만2380원은 비올이 상장한 이후 18일 공개매수신고 전까지 최고가로, 모든 기존 주주들이 장내매도를 통해 이익실현을 할 수 있는 가격이다.
이에 3일 간 개인주주들은 약 1964만주를 팔아치우는 대규모 매도세를 보였고, 이익실현을 하는 개인주주들의 매도물량을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이 대부분 매수하며 전형적인 공개매수 차익거래 모습을 보였다. 공개매수 차익거래는 1% 내외 차익을 목표로 하는 차익투자자인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이 개인 매도물량을 장내에서 매수한 후 공개매수 청약 참여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거래량은 공개매수 첫날 최고치 기록 이후 점차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첫 3일간 거래량이 많을수록 공개매수 차익거래가 집중적으로 발생했을 확률이 높고,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비올의 공개매수 발표 이후 첫 3일간 거래량은 약 2747만주로, 지분율 기준 약 47.0%에 해당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공개매수 대상 주식수인 3744만주를 기준으로 보면 73.4%에 해당하는 물량이 거래됐다. 이는 최근 사모펀드들이 성공적으로 상장폐지까지 완료시킨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비즈니스온보다 높은 수준으로, 비올의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금 교부 방식으로 상폐 계획…사실상 의무공개매수제도 적용
VIG는 공개매수 후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비즈니스온 등의 사례와 같이 현금 교부 방식인 주식의 포괄적 교환 절차를 통해 상장폐지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상법상 절차에 따라 비올의 소수주주는 보유 주식을 VIG의 투자목적회사에 매도하고 현금을 지급받게 된다.
과거 사례로 비춰보면 주당 현금 교부액은 공개매수 가격과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공개매수 종료일부터 주식 교환일까지 두 달 이상이 소요됨에 따라 개인주주 입장에서는 비올 주식 투자금액에 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매수 대금 수령까지 시차가 발생하면서 해당 기간 동안 자금이 묶이고, 수익 기회가 상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공개매수 기간 동안 무위험 차익거래를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고 공개매수에 참여한다.
VIG 관계자는 “상장폐지 목적 공개매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소액주주에게도 최대주주와 동일한 프리미엄을 제공했다”며 “이번 공개매수는 새 정부가 예고한 의무공개매수제도 기조에 부합하는 선제적 사례로 호평받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비즈니스온 등 미용의료기기 업체들도 글로벌 사모펀드에 인수되면서 주식 공개매수 이후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루트로닉은 한앤컴퍼니, 제이시스메디칼은 아키메드, 비즈니스온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됐다.
관련 업계에선 최근 이어진 K-미용의료기기 업체들이 PEF 인수된 이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것에 대해 지배구조 단순화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꼽는다. 상장사일 경우 단기간에 실행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시 의무나 소액 주주들에 대한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관계자는 “비상장사일 경우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해지고 배당이나 자산 매각, 합병 등을 이사회 승인만으로 결정할 수 있어 운영 유연성이 극대화된다”며 “특히 드라이파우더가 남았을 경우엔 이를 소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PEF들이 인수 과정에서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