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김지평 기자] 김경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취임 9개월째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부임한 그는 급증하는 부채와 재무건전성 악화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김 사장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대표적인 경제학 교재인 '맨큐의 경제학' 공동번역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도시경제를 전공한 그는 아시아부동산학회장, 한국주택학회장, 국토연구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7년에는 주금공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했습니다.
특히 박근혜정부에서는 국토교통부 제1차관을 지냈으며, 제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경제정책 자문을 맡아 부동산 공약과 정책을 설계했습니다. 이에 윤석열의 '부동산 책사'로도 불렸습니다.
부채비율 803%…건전성 '경고등'
김경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5 HF 주택금융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주금공)
2004년 설립된 주금공은 한국주택금융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입니다. 정책모기지 공급, 주택금융 신용보증, 주택연금 보증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주택금융의 장기적·안정적 공급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금공의 재무건전성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입니다.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주금공 고유사업의 부채총계는 2022년 157조4695억원에서 2023년 184조4156억원, 2024년 186조626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부채비율 상승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2022년 447.4%에서 2023년 647.6%, 2024년 803.48%로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내부 중장기 재무계획에 따르면 2025년 978%, 2026년엔 1011.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택금융 규모 확대에 따라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주금공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대위변제액도 늘어나면서 건전성 악화 우려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대위변제는 차주가 대출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상환하는 구조인데요. 지난 3월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주금공의 대위변제액은 2022년 3375억원에서 2023년 6357억원, 2024년 9117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전세자금 보증 사고율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주금공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책금융기관의 특성상 수익성 추구에 제한이 있지만, 심각한 재무 불균형은 기관 운영의 근본적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 참석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2026년엔 부채비율이 100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사업 방향을 점검하고 필요시 사업 규모 축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 사장은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재원 확보를 위해 주택저당증권 등을 발행하면서 부채와 자산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건전성 강화 지적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3년 연속 C등급, 여성 임원도 '전무'
지난해 10월 부산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경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금공은 지난 20일 발표한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보통(C) 등급을 받아 3년 연속 C등급에 머물렀습니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자율·책임경영체계 확립을 위해 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제도입니다. 주금공은 2021년 우수(A) 등급을 받은 이후, 2022년부터 C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 리더십 확대라는 공공기관 책무에서도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성의 리더십 확대는 조직의 다양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데요. 알리오에 따르면 26일 현재 김 사장을 포함한 주금공의 임원 14명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으며, 2022년부터 현재까지 여성 임원 수는 단 한 차례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은 임원 중 여성 비율을 20% 이상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주금공은 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 사장은 부동산 정책 전문가로서 주금공의 재무건전성 회복과 공공성 강화를 동시에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그의 역량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은 100% '코드 인사'"라며 "국토연구원장과 국토부 차관 등을 거치며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대표적인 정책 성과가 부족하고 정부에서 자리를 채우는 역할에 불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정치적 성향의 차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는데요. 이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시절 국토연구원장이던 김 사장이 내놓은 정책들은 당시 정부 기조에 맞춘 것들로, 정책 스탠스가 특정 방향에 치우쳐 있었다"고 평했습니다.
이어 "윤석열정부와 이재명정부는 정반대 성격의 주택 정책을 갖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주택' 정책은 김 사장이 그간 추진해 온 정책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주금공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자금을 다루는 핵심 기관인데, 김 사장이 앞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기대난망'이다. 부동산 관련 정책을 내고 자금을 집행하는 중요한 자리이므로 인물이 교체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승주·김지평 기자 sj.o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