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변소인 기자] 말레이시아 가전 렌털 시장에서
코웨이(021240)·쿠쿠·SK매직이 각사별 차별화된 전략을 펴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코웨이는 할랄 인증과 맞춤형 제품으로 현지 브랜드 신뢰를 구축했고, 쿠쿠는 유연한 계약 모델로 고객 선택권을 넓히는 한편 현지 증시에도 상장했습니다. SK매직은 한류 마케팅과 사업 구조조정 및 B2B(기업 간 거래) 전략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습니다.
'현지화'로 신뢰를 쌓은 코웨이…렌털 시장 개척
코웨이는 2007년 한국 기업 최초로 말레이시아 렌털 시장에 진출하며 현지 가전 렌털 문화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소비자가 직접 필터를 교체하던 당시, 정기 방문 관리 서비스를 도입한 '코디(Coway Lady)' 시스템은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고, '정수기=코웨이'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며 브랜드 신뢰를 확보했습니다.
핵심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였습니다. 2010년 업계 최초로 정수기 할랄 인증을 획득하고, 무슬림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제품 설계를 강화했습니다. 습한 기후와 온수 사용량이 많은 환경을 반영한 6단 맞춤 온수(40~90℃) 시스템 정수기, 헤이즈(Haze) 현상에 대응한 공기청정기까지 코웨이는 말레이시아의 생활문화와 기후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정수기·공기청정기 100여대 설치 및 사회적책임(CSR) 활동을 통해 현지에서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최근에는 매트리스, 안마의자, 에어컨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초기부터 자리 잡은 브랜드로 여전히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정수기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가전 선택지가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코웨이는 2021년 쿠알라룸푸르 중심부인 잘란 피낭(Jalan Pinang)의 위스마 우오아 II(Wisma UOA II)에 세계 최초의 코웨이 익스피리언스 센터(Coway Experience Centre)를 개관했다. (사진=코웨이)
쿠쿠, '고객 선택권' 앞세워 추격전 가속…자본시장 활용도 눈길
쿠쿠는 2014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며 코웨이와의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별점은 소비자 선택권에 집중한 '굿플랜(GOOOD Plan)'입니다. 굿플랜은 기간별 렌털 비용을 고객이 직접 선택하는 가격정책으로, 말레이시아 내에서 쿠쿠가 최초로 시행했습니다. 고정된 계약 기간 대신 3년부터 7년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계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임대료가 저렴해지는 구조입니다.
제품 구성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매트리스 등 주요 품목에서 코웨이와 유사하지만 자체 관리 시스템인 '내추럴 케어 서비스'를 도입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쿠쿠홈시스(284740)는 자회사 쿠쿠인터내셔널을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하며 현지화, 자금 조달, 인지도 제고를 동시에 실현했습니다. 이를 통해 물류, 유통, 고객센터 등 인프라 전반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쿠쿠의 말레이시아 시장 공략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분위기인데요. 이 같은 전략을 두고 업계 관계자는 "쿠쿠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쇼핑몰 내 키오스크 운영 등으로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다"며 "다만 3년 약정이 기본이라 단기 체류 외국인에게는 진입장벽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쿠쿠 말레이시아 제품들.(사진=쿠쿠)
SK매직, 후발 주자에서 흑자전환…B2B 확장
SK매직은 2018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후발 주자입니다. 초기에는 낮은 인지도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제약에 직면했지만 2023년부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지도와 선호도 제고를 위해 한류 문화를 적극 활용하고, 배우 박서준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 캠페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 연계 렌탈 등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면서 운영 개선 및 효율화를 뜻하는 OI(Operation Improvement) 고도화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SK매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말레이시아 대기업 선웨이(Sunway Group)와 합작법인을 추진 중입니다. 이를 통해 렌털 모델을 주거·건설 산업에 통합해 B2B 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후발 주자의 한계를 전략적 제휴와 수익성 기반 사업 모델로 극복할 방침입니다.
SK매직은 배우 박서준을 말레이시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사진=SK매직)
말레이시아 보급률, 정수기 25%·공청기 10% 불과
말레이시아 시장은 아직 성장 여지가 큽니다. 업계에 따르면 정수기 보급률은 25%, 공기청정기는 10%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제품에 대한 현지인의 신뢰와 선호도가 높아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한 고급화 전략이 시장 확장에 주효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현재 렌털 기업들이 힘주고 있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외에 매트리스, 안마의자, 에어컨 등으로 품목이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아직도 생수를 주문해서 마시는 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고, 식당 등에도 정수기가 설치된 곳은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정수기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가정 내 정수기 설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현지인들은 한국산 화장품에 특히 관심이 많고, 가전제품 역시 한국 브랜드라면 고급스럽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인식한다"면서 "아직은 가격이 저렴한 현지 브랜드가 시장을 많이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 생활가전이 점유율을 더 높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대성·변소인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