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국내 대기업 10곳 중 8곳이 올해 하반기에 상반기 수준의 투자를 유지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업들은 수출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 부진 장기화 속에서도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 기대감 등으로 투자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서울 도심 일대 마천루. (사진=뉴시스)
2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120개사 응답) 대상 ‘2025년 하반기 투자 계획 조사’를 보면 기업의 78.4%는 올해 하반기에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상반기보다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13.3%,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8.3%였습니다.
하반기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 기대’(20.0%), ‘노후화된 기존 설비 교체·개선(20.0%)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습니다. 반면, 투자를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기업은 ‘미국 트럼프 2기 정책발 불확실성 확대’(33.3%), ‘내수시장 침체 지속’(25.0%) 등을 이유로 지목했습니다.
한경협은 “기업들은 최근 수출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 부진 장기화로 신규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며 “하반기에는 새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기업들이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업들은 하반기 투자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로 ‘미·중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26.4%)를 꼽았습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불안 심화’(23.6%),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15.0%)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국내 투자 애로 요인으로는 ‘노동 시장 규제 및 경직성’(18.6%), ‘세금 및 각종 부담금 부담’(18.1%), ‘입지 인·허가 등 투자 관련 규제’(16.9%) 등이 꼽혔습니다. 한경협은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결정, 집행하는 데 있어 세금과 규제에 대한 부담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로 ‘세제 지원·보조금 확대’(27.5%), ‘내수경기 활성화’(15.3%), ‘신산업 진입 규제 및 투자 관련 규제 완화’(11.9%)를 꼽았습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을 타개하려면 기업들의 적극적·모험적 투자를 토대로 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AI)·바이오·컬처 등 미래산업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원칙 허용, 예외 배제)로 과감하게 전환해 기업들의 투자 요인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