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다 vs 오른다…HBM 가격 혼조에 SK하닉 ‘주춤’

골드만삭스, 투자의견 ‘매수’→‘중립’ 하향
HBM 경쟁 심화…“가격협상력 상실 우려”
2026년, HBM4 대두…“관건은 기술 격차”

입력 : 2025-07-18 오후 3:38:09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면서 2026년 전망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 심화로 가격이 내년부터 하락하면서, HBM이 주력인 SK하이닉스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수요 증가, HBM4 양산 등 호재가 이어지는 만큼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등 HBM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골드만삭스 본사. (사진=뉴시스)
 
골드만삭스는 지난 17일 보고서를 내고 “2026년 HBM 가격이 두 자릿수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감소할 전망”이라며 연말 이후 HBM 공급가격의 두 자릿수 하락을 분석했습니다.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업계 선두인 SK하이닉스를 바짝 추격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가격 결정권이 제조사가 아닌 고객사로 넘어가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것입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HBM3E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하고, 지난달에는 HBM4 샘플까지 보내면서 바짝 뒤를 쫓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해결했고, DS부문도 6세대 HBM을 준비하는 등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한 상황입니다. 이에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고공행진 하던 SK하이닉스 주가도 주춤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투자 의견 하향 이후 주가는 9%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지속적인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협상력 상실이 SK하이닉스의 영향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병훈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제품 스펙을 맞춰 SK하이닉스와 경쟁하게 되면 가격 협상력은 엔비디아가 갖게 된다”며 “지금처럼 독점적 위치에서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영업이익이 늘어도 순이익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HBM 호조가 계속되는 만큼, 가격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문형 반도체(ASIC)를 자체적으로 설계하면서 HBM 공급망은 계속 커지는 추세입니다. 
 
또한 제조사들이 계속 신제품을 출시하는 이상 가격 인상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HBM 공정이 고도화할수록 제조 비용도 오르고, 그에 따른 가격 상승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HBM3E 12단의 경우 8단보다 50~60% 비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하이닉스 본사. (사진=뉴시스)
 
특히 2026년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HBM4 경쟁에 돌입하는 시점입니다. HBM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루빈’, AMD가 ‘MI400’을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이들 제품에 HBM4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해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5월 “HBM4가 높은 제조 난이도로 인해 30% 이상의 가격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는 이르면 하반기 중 HBM4를 양산할 예정인데, 이는 메모리 3사 중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HBM3E를 가장 먼저 납품해 수혜를 입은 이력이 있는 만큼, HBM4도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현재의 지위를 지키려면 결국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봉영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나 마이크론이 지금까지 없었던 게 아닌데, 골드만삭스의 분석은 갑작스러운 면이 있다”며 “HBM4는 기존보다 더 어려운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입지에 우려가 있다면, 그 우려는 기술 격차의 유지 여부일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안정훈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