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도·아프리카까지…‘글로벌 영토’ 확장하는 K조선

HD현대, 각국 국영 조선소와 협력
한화오션, 미 함정 사업 본격 진출

입력 : 2025-07-21 오후 3:45:23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잇따라 해외에 진출하며, 글로벌 조선 영토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HD현대는 조선업 부흥을 모색하는 타 국가 조선소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늘려가고 있으며, 한화오션은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조선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도 코친조선소 모습. (사진=HD현대)
 
최근 HD현대는 해외 조선소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모로코 국립항만청이 추진 중인 카사블랑카 조선소 운영권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입찰에 성공할 경우, 30년간 해당 조선소를 운영할 권리를 확보하게 될 전망입니다. 카사블랑카에 조성 중인 이 조선소는 총 21만㎡ 규모로, 아프리카 최대 규모입니다. 모로코는 선박 건조 경험이 부족해 조선소 운영을 해외 조선사에 위탁할 방침이며, 2040년까지 상선 100척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HD현대중공업의 모로코 진출은 HD현대가 추진 중인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됩니다. 해양 산업의 재건을 모색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현지 조선소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발주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해외 조선소 인수는 막대한 투자비용과 높은 리스크가 따르는 만큼, 직접 인수보다는 운영권을 확보한 뒤 현지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방식입니다. 
 
이외에도 HD현대는 이러한 로드맵에 따라 글로벌 조선소와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인도 최대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조선 분야 장기 협력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또 지난달에는 미 상선업체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ECO)와 상선 건조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지난 4월에는 미 방산조선업체 헌팅턴잉걸스와도 생산 효율·디지털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올해 1월에는 중남미 페루 국영 SIMA 조선소와 총 4척의 해군 함정 공동 건조를 위한 착공식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한화오션은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보다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데이비드 김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대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개최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우리는 이미 해군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제공요청서들을 제출했다”며 “현재 입찰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정보제공요청서(RFI)는 정부나 기업이 사업 추진에 앞서, 업체의 기술력·공급 능력 등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보내는 문서입니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정보제공요청서를 제출했다는 것입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 건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구체적인 프로젝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 해군 함정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방산 라이선스 취득과 관련된 프로그램 참여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대표는 “현재 미 해군과 몇몇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이는 필리조선소가 향후 해군 선박건조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외에도 한화오션은 지난달 호주 조선해양업체 오스탈의 지분을 인수하며 직접적인 시장 진출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업계의 해외 진출을, 글로벌 산업 생태계 조성과 함께 국가 간 해양 전략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보도 있습니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조선업계의 해외 진출은 현지화 전략을 통한 글로벌 산업 생태계 조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포석”이라며 “국가 간 해양 전략 협력 흐름 속에서, 기업이 선제적으로 기반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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