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부가 늘려가는데…K철강 R&D 줄어

중국, R&D 늘리고 고부가 제품 생산 박차
현대제철·포스코, 올해 1Q R&D 투자 급감
“역대급 불황, 제품 개발·정부 지원 필요”

입력 : 2025-07-22 오후 3:57:12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중국 철강업체들이 탄소저감 강판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고율 관세, 건설 경기 침체, 중국발 공급 과잉 등 ‘삼중고’를 겪는 국내 철강업계는 올해 1분기 R&D 투자액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방위적 위기에 어쩔 수 없이 개발비를 줄였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미래 먹거리 확보가 필수인 만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1용광로에서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철강사들은 고급 철강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저가 제품의 밀어내기 물량이 늘어나면서 수출국들의 반덤핑 관세 부과가 이어지자 저가 제품의 수출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을 늘리는 분위기입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전날 펴낸 ‘2025년 1분기 중국 철강사 탄소 저감 강재 생산·공급 동향’을 보면, 중국 호남강철 산하 연원강철은 지난 2월 철 스크랩 비율을 60%로 확대한 자동차용 열간 성형강(HPF)을 시험 생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제품은 기존 대비 탄소 배출량을 43% 감축했습니다. 보강고분 산하 담강강철은 올해 초 탄소배출량을 기존 대비 30%가량 줄인 융융아연도금강판을 생산 중입니다.
 
R&D 투자도 늘리는 추세입니다. 중국 최대 철강사인 바오우강철은 지난 2019년 1.26%에 불과했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을 올해 1.5%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바오우강철의 연간 매출액 규모는 약 180조원으로, R&D 투자 증가분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2조700억원이나 됩니다.
 
반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R&D 투자액은 줄었습니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1분기 철강부문 R&D 투자액은 8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27억원)보다 58.9% 감소했습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율도 2.16%에서 0.93%로 급감했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의 R&D 투자액은 지난해 1분기(889억원) 대비 41.9% 줄어든 51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5%에서 0.9%로 줄었습니다.
 
연구개발 조직 수도 감소했습니다. 올해 1분기 포스코홀딩스의 철강부문 연구개발 조직 수는 30개로, 전년 동기 32개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래 먹거리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연구개발 조직의 감소는 연구개발을 확대하는 중국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중국의 철강 기술력이 이전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보고 있다”면서 “국내 철강업체들도 불황에도 기술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라 전했습니다.
 
이같은 흐름은 현재 철강업계가 처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0%의 철강 제품 품목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저가 공세가 이어지는 등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철강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불황의 파고를 맞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42일간 인천 철근공장 생산을 중단합니다. 지난달부터는 포항 2공장이 무기한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7월 포항제철소 내 1제강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1선재공장의 문을 닫은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수소환원제철 등 R&D에 대한 세제 혜택과 산업용 전기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며 “정부의 R&D 지원이 이어진다면 개발을 서두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명신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