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지난달 한국의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한 반도체 산업이 이달 예고된 미국의 품목별 관세 부과 압박을 넘고 수출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 입장에선 추가 관세 자체가 부담이지만, 최근 한미 관세 협상을 통해 미 행정부로부터 반도체 관세에 대해 ‘최혜국 대우’의 약속을 받은 만큼, 지속되는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세로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반도체 기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4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출 실적을 견인한 주력 품목 중 하나는 여전히 반도체입니다.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5.9% 증가한 608억2000만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최대 수출 품목은 147억1000만달러를 수출한 반도체입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31.6%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7월 중 최대 실적입니다.
반도체는 관세 불확실성에도 부정적 영향 없이 의외로 좋은 수출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고정가격 상승 흐름과 고대역폭메모리(HBM)·‘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제품의 높은 수요가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AI와 서버, 모바일 등을 위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스템과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각각 21%와 39% 상승했습니다.
여기에 관세 불확실성 우려로 반도체 재고 비축 목적의 물량이 늘었고,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D램 세대교체에 따라 전개된 구형 D램의 수급 불안정도 반도체 수출 증가세를 부추겼다는 관측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PC와 서버용 구형 D램인 DDR4 등을 단계적으로 단종하고 있는데, 기존 범용 제품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산업부는 미국 정부가 2주 내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을 두고, 반도체 수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라는 실익을 약속받은 데다, 올해까지 AI 서버 등을 중심으로 견고한 반도체 경기와 수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올해까지는 적어도 반도체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며 “수요가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관세가 부과된다 하더라도 반도체가 우리 수출을 견인하는 역할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업계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아무리 좋은 대우를 해준다고 해도 현재 사실상 0% 무관세에서 관세가 생기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한테 관세를 부과해서 영업이익에 타격을 주는 건데 당연히 좋아질 수는 없다”며 “최고로 대우해준다고 해도 어떤 기업이든 좋아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국내 주요 업체들은 정확한 상황 파악 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울 방침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8월 중순 발표가 예상되는 반도체 및 파생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반도체 관련 리스크를 다각도로 분석해 비즈니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앞으로 관세정책에 따라 수요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수요가 명확한 제품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