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를 전후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국인은 공매도와 인버스 ETF를 통해 시장 하락에 대비한 반면 개인은 레버리지 ETF를 대거 매수하며 반등 가능성에 베팅했습니다. 같은 정책 발표를 두고 시장 해석이 극명하게 갈린 결과입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비중은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둔 7월25일 78.99%까지 치솟으며 7월 한 달간 외국인 공매도 비중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가장 높은 수치는 7월4일 84.34%였지만 25일은 발표를 코앞에 둔 시점으로 시점상 의미가 크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후에도 공매도 비중은 7월30일 76.68%, 31일 71.41% 등 고점권 흐름을 이어갔고, 발표 이후인 8월1일(67.33%), 4일(69.87%)에도 높은 수준이 유지됐습니다. 공매도 거래대금 역시 7월 마지막 주 5조원을 넘어서며 급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매도 순보유 잔액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코스피 시장의 잔고는 6월 말 8조6336억원에서 7월 말 9조8374억원으로 1조2000억원가량 증가했고 코스닥 시장 역시 3조5606억원에서 4조1158억원으로 확대됐습니다. 두 시장을 합친 공매도 잔고는 한 달 사이 총 1조7590억원 늘어나며 약 14%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외국인이 세제 개편안 발표 이전부터 이미 하락을 선반영하고 포지션 대응에 나섰다는 신호로 풀이됩니다.
ETF 수급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5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719억원 순매수했으며 최근 1주일 기준으로도 373억원을 순매수하며 ETF 중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ETF는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할 때 두 배의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로 외국인이 지수 전반에 대한 하락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반면 개인은 세제 개편안 발표 당일 장중부터 반등에 베팅하는 쪽으로 급선회했습니다. 세제 개편안은 7월31일 오후 5시에 발표됐기 때문에 당시 수급은 정책 내용보다는 기대감 또는 시장 반응 가능성에 기반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지난 31일 개인은 'KODEX 레버리지'를 약 97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약 4억원, 'KODEX 200'을 약 34억원 순매수했습니다. 하루 전인 30일까지는 각각 51억원, 8000만원 규모로 순매도에 나섰던 것과 뚜렷이 대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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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일에는 매수 규모가 더욱 확대됐습니다. 'KODEX 레버리지'는 약 191억원, 'KODEX 200'은 약 82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103억원 가까이 하루 만에 순매수되며 개인 수급이 반등에 강하게 쏠렸습니다. 특히 7월 한 달 내내 순유출세였던 레버리지 ETF에는 세제 개편안 발표 직후인 8월1일 하루에만 개인 자금이 총 376억원 유입되며 수급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가 낙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판단과 함께 정부가 향후 증시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레버리지 ETF 중심으로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실질적 내용보다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는지, 아니면 실망으로 받아들였는지가 투자 방향을 갈랐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의 수급 반응은 정책 내용 자체보다는, 향후 정부 기조에 대한 기대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 반발에 부딪힌 세제 개편안이 일부 완화되고 새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다시 부각되면서 개인의 반등 기대 심리가 살아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단기 낙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저가 매수세로 이어졌다는 해석입니다.
외국인은 단기적인 주가 조정보다 정부 정책의 방향성과 신뢰도에 주목하며 보다 전략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세제 개편안 발표 전부터 이미 정책 기대를 접고 하방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며 "반면 개인은 발표 이후 반등에 베팅하는 정서적 반응이 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정책 신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개인 수급이 주도한 이번 반등은 일시적 반사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