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이진숙·최재해·유철환'…여 딜레마

불편한 동거 속 늦어지는 공공기관 개혁

입력 : 2025-08-05 오후 6:16:39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윤석열정부에서 인명된 인사가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이재명정부와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방송법 통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표적입니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역시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재명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별한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권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5일 국회에서 여야의 쟁점 법안 중 하나였던 '방송법'이 여당 주도로 통과됐습니다. 해당 법안 통과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법안을 이행해야 할 의무는 갖지만,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는 모두 채울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그동안 이재명정부의 개혁 방향과 맞지 않는 인사로 여겨지면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자진 사퇴를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과 이 위원장의 갈등은 국무회의에서 여러 차례 포착됐습니다. 지난 7월8일 국무회의에선 이 위원장이 비공개회의 내용을 토대로 발언하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냥 하지 마세요"라며 제지했습니다. 특히 "국무회의는 국정을 논하는 자리"라며 "비공개회의 내용을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갈등 상황이 여러 번 노출되자 7월 9일에는 대통령실에서 이 위원장을 국무회의 배석자 명단에서 공식 제외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개인 의견과 정치적 입장이 혼동된다면 배석 자격이 없다"고 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장은 국무회의 참석 의무가 아니'란 점도 덧붙였습니다. 
 
이 위원장의 논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전MBC 사장 재임 시절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과 iMBC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MBC 관련 안건을 심의하면서 이해 충돌 논란에도 휘말렸습니다. 때문에 지난해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탄핵안을 제출했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헌재)는 위법성은 인정했으나, 재판관 8명 중 기각 4명, 인용 4명으로 기각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재해 감사원장도 문제적 인사로 꼽히는데요. 지난해 2월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에서 '국가공무원법(제56조)'과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탄핵안을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불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재판관 8명이 기각해 직무 복귀됐는데요. 파면은 면했지만 일각에서는 최고 감사기구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럼에도 최 원장은 직무 복귀를 하며 위법에 대한 사과 없이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해 논란이 됐습니다. 
 
여기에 최 원장은 당시 유병호 감사위원(전 감사원 사무총장)과 함께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을 표적 수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데요. 지난 4일 박범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이 현장의 애로사항을 감안해 형법상 직권남용과 배임죄 적용 완화와 요건의 개정 및 적극행정 면책을 주문했다"며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자 함은 좋지만, 직권남용죄 적용을 완화해도 문재인정부의 공직자들을 직권남용죄로 탈탈 털 때 칼을 휘두른 자, 유병호 사무총장을 염두에 둔다면 사퇴와 특검 구속수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연대 책임이 있는 최 원장의 사퇴와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이는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주장한 것으로 "증거인멸이 계속 시도될 염려가 있고, 이들의 범죄 혐의는 중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의 정치적 표적 감사를 방지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를 향해 불법성을 들어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가장 임기가 많이 남은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은 정부와 큰 마찰을 보이진 않았지만, 내란을 옹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권익위가 지난 12·3 내란 사태 사흘 후인 12월6일, 윤석열씨의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하는 성명 발표를 주도한 한삼석 상임위원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당시 권익위는 "임명권자면서 상관인 대통령의 처벌을 주장해 권익위의 신뢰를 저해했다"며 "탄핵에 찬성하는 야당 등 한쪽 정파에 치우쳤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후 사실상 한 위원에게 '좌천성' 인사발령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한 위원은 권익위에서 23년간 근무한 공무원으로, 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1급 공무원입니다. 이 같은 비상임위원은 민간인 중에서 위촉돼 공무원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데요. 당시 권익위는 인사 보복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권익위 관계자는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 행동강령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며 "인사 보복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징계 사유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처럼 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로 인해 이 대통령이 강조한 공공기관 개혁은 늦어질 전망입니다. 새 정부에서 해당 인사를 해임할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여당 의원들은 불법성을 들어 이들 3인방에 대한 자진 사퇴를 촉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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