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8월 여름휴가철이 지나면 국정감사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국회가 정부의 지난 1년 행정을 점검하는 자리인 만큼 여야의 날 선 공방이 예상되는데요. 정권이 교체된 첫번째 국감이라는 점에서 전 정부의 적폐 청산과 정책 기조 전환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현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질타하기보다는, 전임 정권에서 누적된 유산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분위기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윤석열정부의 정책 실기로 가계대출 관리 실패 등 각종 금융정책으로 인한 폐해를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주목하고 있는 기관 중 하나가 바로 금융위원회입니다. 이재명 정부 1기 내각이 꾸려진 지금도 금융위 수장은 여전히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김병환 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금융정책의 실무를 총괄했던 권대영 부위원장은 오히려 승진해 차관급으로 올라섰습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차원에서 금융위 조직은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도 금융위는 이재명 대통령의 칭찬을 잇달아 받으면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7월4일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 미팅에서 6·27 부동산 대책을 언급하며 "공무원들이 보고 베끼라"며 권 부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고, 불과 2주 뒤에는 사무처장에서 부위원장으로 공식 임명됐습니다. 탄핵 정국을 거쳐 개혁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서 전 정권의 핵심 관료가 영전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정무위 국감에서는 금융위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권 부위원장의 경우 정권에 상관없이 요직을 맡아온 만큼, 그의 지속적인 승진과 유임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권 부위원장은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에 참여해 가계대출 규제 완화 정책을 설계한 인물입니다.금융위 내에서는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으며,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된 이력이 있습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윤석열정부때 금융위 부위원장(김소영)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지 않다보니까 사무처장(당시 권대영)이 금융정책을 거의 주도했다"고 보면된다고 했습니다. 그 중 하나인 MG손해보험 구조조정 과정이 주요 국감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권 부위원장은 MG손해보험 매각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2023년 하반기 MG손보의 인수전이 한창이던 당시, 권 부위원장은 메리츠화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매각 기한을 연장하고, 당초 예정되어 있던 주식매각(M&A) 방식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변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MG손보 노조를 비롯해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메리츠화재에 유리한 방식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틀어준 것이라며, 절차적 공정성을 훼손한 '밀실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인수 후보들이 이탈하면서 사실상 메리츠화재의 단독 입찰 구도가 형성됐고, 경쟁 입찰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금융위는 대선 이후에는 MG손보 청산 대신에 재매각 추진으로 입장을 바꿔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까지 자초했습니다. 금융 관료들이 권력을 좇아 '카멜레온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말이지요. 민주당은 금융정책의 전후 과정을 올해 국감에서 집중적으로 따져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국정감사는 단순히 정책의 성과를 묻는 자리가 아니라 정권 내 이해관계와 권력 작용의 구조를 드러내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금융위가 도마에 오르는 것은 금융관료 권력과 각종 유착 의혹이 맞물려 있다는 반증으로도 읽힙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