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HBM 준비”…장비업계,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가속

범프 없이 바로 연결, 차세대 기술 주목
한미·한화·LG, 하이브리드 본더 속도전
“상용화까지 R&D 늘려 시장 선점할 것”

입력 : 2025-08-13 오후 3:57:31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개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장비 업계가 차세대 반도체 제조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기존 열압착(TC) 본더와 비교해 칩 간격을 줄이고, 발열을 낮출 수 있어 반도체 장비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립니다. 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LG전자 모두 연구개발(R&D)에 힘을 쏟는 만큼 HBM이 고도화될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한미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 조감도. (사진=한미반도체).
 
1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본더는 7세대 HBM인 HBM4E부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구조로, D램 칩을 많이 쌓을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용량도 늘어나는데, 기존 TC 본더로 HBM을 제작하면 D램과 D램 사이를 잇는 ‘범프(단자)’가 필요합니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범프 없이 칩과 구리 배선을 직접 접합하는 방식으로 HBM을 제작합니다. 이에 두께와 발열이 줄어들고,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더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은 전공정과 후공정에 들어가는 기술이 모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난도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HBM이 갈수록 적층하는 D램 개수가 늘어나고 있어 향후 하이브리드 본더의 수요도 높아질 전망입니다. 시장조사 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는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이 2023년 약 7조2500억원에서 2033년 약 19조34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아직 상용화된 장비가 아닌 만큼, 개발에 성공한다면 시장 선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고객사들은 차세대 HBM 제작을 위해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HBM4E 16단에 TC 본딩과 하이브리드 본딩을 모두 활용하고, 8세대 HBM인 ‘HBM5’ 20단부터는 양산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4에는 기존 공정을 유지하고, 20단 HBM4E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기술 선점을 위해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기존 TC 본더 점유율 1위 업체인 한미반도체는 2027년 말 출시를 목표로 하이브리드 본더 관련 기술에 1000억원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천 주안국가산업단지에 하이브리드 본더 전용 공장을 짓고,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장비를 생산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장비 기업 테스와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한화세미텍의 경우 1세대 하이브리드 TC 본더를 고객사에 공급해 설치·운영 중이며, 2세대 장비 개발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 2세대 장비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고객사에 퀄리티 테스트(QT)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G전자 생산기술원(PRI)은 2028년 개발을 목표로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6월에는 인하대학교와 함께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개발 관련 정부 사업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기존에 보유한 반도체 기판 패키징·검사 장비 기술력을 활용해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맞춰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게 LG전자 측의 설명입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본더는 향후 고적층 HBM 양산에 필수적인 장비로, 이르면 6세대 HBM이 시장에 나올 때부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 R&D 비용과 인력을 늘려 개발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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