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임금·트럼프…재계, 대미 투자 ‘삼중고’

이민 단속 공장 건설 파행…피해 커질 듯
“미국인 고용” 임금 등 추가 부담 불가피
변화무쌍 정책에 ‘속앓이’…”예상 넘어서”

입력 : 2025-09-10 오후 3:27:44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최근 미국의 대규모 이민단속으로 대두된 비자 문제가 대미 투자에 큰 걸림돌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특히 이번 사태로 미국인 고용기조가 보다 명확해지면서 현지의 높은 임금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정책 등 한국 기업의 부담만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 회사)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HL-GA) 배터리 공장에 대한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현지 공장 건설 작업이 파행을 겪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건설 재개 시점을 점치기가 쉽지 않기에 공기 지연에 따른 매출 감소 등 각종 피해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이번 사태는 관세를 무기로 해외 기업에 자국 투자를 종용하면서 전문 인력 수급을 위한 합법적 비자 발급의 통로는 막아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혼선에서 기인합니다. 한미 양국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비자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했지만, 미국 내 현지 인력 채용 요구와 반이민 정서 등이 여전해 협의가 급물살을 탈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러한 여파로 미국 파견 기피 현상이 나오면서 구인난이 심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조건도 변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자 문제와 관련 한국 인재를 데려오는 대신 현지 인력에 대한 훈련의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쉽게 말해 비자를 줄 테니 미국인을 훈련 시켜달라는 말입니다. 여기에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근원적 기조를 고려하면 높은 임금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추가 부담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9(현지시간) 발표한 분기별 고용 및 임금 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미국 전체 노동자의 평균 주급은 1589달러(220만원)입니다. 이를 연간으로 보면 82628달러(11500만원)에 육박합니다. 이민 단속 사태가 발생한 조지아주의 평균 주급(1분기)1491달러(207만원)로 연간 77532달러(1760만원)에 달합니다. 반면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8월 기준 한국 임금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3128000(연간 37536000)입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미국 노동자의 임금이 한국보다 약 3배가량 높은 셈입니다. 미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 관계자는 현지 근로자의 높은 임금과 투자 압박, 전문 인력 교육에 대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행에 가까운 정책 변화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를 쥐락펴락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한국 정부와 협상을 타결하면서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 분야에선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으로의 장비 반입 허가를 취소하기로 하고, 전임 바이든 행정부 때 지급을 약속한 보조금 역시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지급이 불투명해지는 등 업계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지만, 제도가 오락가락 하는 등 불확실성이 예상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개별 기업이 대응하긴 어려운 영역이 많기에 통상 환경에서의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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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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