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상호관세 이후 미국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미 경제의 제반 여건에 플러스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관세가 미 경제의 침체를 유발할 것이라는 견해는 여전하나 상호관세율 인하, 전가율 하락 가능성, 보복관세 미시행과 여타국의 대미 투자까지 확대될 경우 순 효과가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로서는 수출·투자의 이중 압력에 놓이면서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부산 강서구 부산항신항 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세의 역설, 미 경제 '+전망'
21일 국제금융센터의 트럼프식 무역정책의 순(+) 경제효과 분석을 보면, 관세가 미국 경제의 침체를 유발할 것이라는 견해가 여전하나 제반 여건 변화 감안 시 시간이 흐를수록 순 효과가 발생할 여지도 상존합니다.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직후 주요 기관들은 고율 관세와 보복관세 우려를 들어 올해 미 성장률을 -1.1%포인트~-2.0%포인트 낮춰 전망한 바 있습니다. 고관세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점을 가정한 데다, 상대국의 보복관세 시나리오 등을 경기침체 유발 가능성으로 점쳐왔습니다.
하지만 8월 이후 현실적 전제 반영한 분석에서는 가격 전가율 축소, 보복관세 미시행, 관세수입의 재정지출 전환, 주요국의 대미 투자 이행 등을 고려, 플러스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는 겁니다.
가격전가율 하락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8~2019년 관세가 중국산 특정 품목에 집중됐지만, 현재 다수 국가들에 유사한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는 점을 지목했습니다. 수출업자가 경쟁력 제고 점유율 확보 등을 위해 당분간 마진을 줄이며 달러 표시 가격을 인하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등을 제외한 다수 교역국의 보복관세가 없는 점도 꼬집었습니다. 관세 세입액 급증도 당분간 예상되나 재정지출의 형태로 실물경제에 투입할 경우 상당한 견인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봤습니다.
내년 관세수입액 예상치와 재정승수로 추산한 성장률 견인 효과를 관세 충격으로 인한 감소 폭 추정치와 비교할 경우 관세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충격을 거의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대규모 대미 투자 효과가 실제 이행될 경우 상당한 경기 부양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경제리스크분석부장은 "관세가 미국 경제의 침체를 유발할 것이라는 견해가 여전하나 제반 여건 변화 감안 시 시간이 흐를수록 순 효과가 발생할 여지도 상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상호관세율 인하, 전가율 하락 가능성, 무보복관세 등을 반영하면 연간 GDP 감소 충격은 상당 부분 줄어들고 관세수입의 재정지출 전환, 여타국의 대미 투자 확대 시 충격이 상쇄되거나 순 효과의 플러스 전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9월16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 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 '이중 압력'
반면 우리나라는 수출과 투자가 동시에 압박받는 이중 부담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미 무역 협상 후속 협의를 놓고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대미 투자 고심, 금융 안전망 확보, 비자 제도 개선 등 복합적으로 얽힌 상황입니다.
한·미는 지난 7월 말 상호 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각각 25%에서 15%로 낮춘 바 있습니다.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지만 투자 방식, 수익 배분 등 구체적인 이행안에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장기화 등으로 투자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분기 해외직접투자(FDI)는 전년 동기보다 13.4% 감소한 141억5000만달러에 머물고 있습니다. 제조업(-9.1%), 정보통신업(-43.6%) 등 주력 산업의 투자 위축이 두드러진 상황입니다.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전문가 서베이조사(PSI)를 보면, 3개월 연속 상회한 제조업 업황 지수는 10월 전망에서 5포인트 하락세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내수는 기준치(100)를 넘는 102로 긍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 전망 지수가 98로 기준치 밑돌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다시 둔화세가 예상되고 있는 겁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바이오·섬유 등이 100 이상을 유지하나 조선·철강·기계·가전 업종은 기준치를 하회하는 등 업황 회복의 불균형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 내달 업황 전망은 81로 '악화'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을 미국과 합의했지만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둘러싸고 여전히 25% 관세가 유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19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무역 협상 후속 협의에서, 미국 측에 일본과 한국은 다르다는 점을 최대한 설명했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전반적인 협상 상황과 우리 국민의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자본·인력·환율 3대 변수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대미 투자 확대가 오히려 기업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통상 현안은 단순히 관세를 넘어 투자 구조·비자 문제·금융 안전망까지 다층적 이해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미 간 후속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의 대미 투자 안정성과 글로벌 공급망 내 위상이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19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무역 협상 후속 협의에서, 미국 측에 일본과 한국은 다르다는 점을 최대한 설명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