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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반사이익을 누렸던 진단업계는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조정이 불가피했다. 2023년 5월 엔데믹 선포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업계는 점차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상반기 실적에서 상당수 기업이 외형 성장에 성공했지만 각자의 전략은 저마다 달랐다. 반면 회복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일부 기업은 여전히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지난 2년간 진단업계의 엔데믹 탈출기를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진단업체 가운데 엔데믹 이후에도 코로나 진단 관련 품목에 높은 의존도를 보인 업체들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코로나 진단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체 매출도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뒤늦게 신사업을 확보해 매출을 반등시켜도 봤지만 이미 상장 폐지의 벼랑 끝에 내몰린 상태다.
(사진=뉴시스)
엔데믹과 함께 매출 내리막… 코로나 진단 품목 의존도 과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시기
엑세스바이오(950130)의 주력 제품은 말라리아 신속항원진단키트로, 해당 품목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90%에 달했다. 그러다 회사는 코로나 항원 진단, 자가 진단, RT-PCR, 항체 진단 등을 상용화했고, 2020년부터 코비드-19 RDT(신속항원진단키트) 품목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당시 1049억원(7517만달러) 수준으로 출발한 해당 품목 매출은 전체 매출 1438억원(1억321만달러)의 72.83%를 책임졌으며, 이듬해 매출이 5702억원(4억달러)으로 뛰며 전체 매출(6152억원)의 92.59%를 차지, 주력 제품으로 거듭나며 외형성장을 견인했다. 회사의 매출이 1조원 이상으로 집계되며 정점을 찍은 2022년 당시 매출 비중은 83.55%였다.
그러나 엔데믹 전환과 함께 코로나 진단 수요가 급감하자 회사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는데, 높은 코로나 진단 의존도가 원인이었다. 지난해 845억원으로 집계된 코비드-19 RDT 매출 비중은 여전히 전체 매출 1149억원(8245만달러)의 73.5%에 달했고, 올해 반기 역시 전체 매출 221억원의 71.1%를(157억원) 차지하는 양상을 보였다.
급기야 올해 2분기 들어서는 별도기준 매출이 1억8600만원(13만달러)가량에 불과해 한국거래소 규정이 요구하는 '분기 매출 3억원' 기준에 못미쳤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지난 8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현재 거래소는 오는 26일까지 엑세스바이오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 중이다.
급격한 매출 감소와 관련해 사측은 팬데믹 이후 미국 연방정부 산하 공공기관에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를 납품해 왔고, 올해도 공공 발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던 중 미국 정부 예산 편성이 지연되면서 신규 발주가 지연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회사는 지난 8월 FDA로부터 코로나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하는 콤보 자가진단키트 허가를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실적 개선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소액주주들은 여기에 더해 회사가 거래재개 이전 명확한 주주환원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선 코로나 수혜로 올해 반기말 기준 3351억원 규모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을 축적해 놓은 회사가 엔데믹을 대비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엑세스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8월 FDA 허가를 받은 코로나·독감 콤보 진단키트는 리테일로 진행한다. 현재 계약이 이뤄지고 있고, 디스트리뷰터들과도 접촉을 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을 거래소에 소명을 하고 있고 아직 구체적인 숫자를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분기 매출 3억 미달 이런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상황에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 죄송한 부분이긴 하나 M&A나 사업 양수 같은 것들에 대한 고민도 몇 년 동안 해 왔다. 다만 사업의 연관성, 시너지 등등 내부적인 허들을 못 넘어 의사결정을 못 내렸던 부분이 있다"며 "당장 첫 번째 과제는 거래 재개이고 두 번째는 적자 해소다. 거래가 재개된 이후에도 주주분들과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늦게 매출 반등했으나 끝내 상폐 의결…법적 대응 예고도
또 다른 체외진단 기업
피씨엘(241820)은 보다 더 벼랑 끝으로 몰린 상태다. 지난 2017년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회사는 2020년 타액으로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자가진단키트를 앞세워 매출액 537억원, 영업이익 257억원을 시현하며 상장 3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호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지난해 매출은 12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특히 4분기 매출이 6300만원에 불과해 분기 매출 3억원 허들을 넘지 못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피씨엘의 매출 감소 역시 신속진단키트 제품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원인이었다. 매출 정점을 찍었던 2020년 신속진단키트 관련 매출 489억원, 전체 매출의 91.07%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이 같은 매출 비중은 2022년까지 이어져 전체 매출의 99.79%에 달했다.
그러다 2023년부터는 신속진단키트 매출이 52.73%로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46.98%)을 연구용 시약과 진단시약 및 분석의료기기 제품 매출로 채웠다.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이들 매출은 급감했고, 2024년에는 시약 및 분석의료기기 제품 매출이 5억원으로 40.13%, 신속진단키트 매출이 3억원으로 24.11%을 차지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4억원으로 집계된 연구관련 소모품 및 기타의약품 등 상품 매출이 29.75%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임시주총서 의약품 도소매업, 섬유 및 원단 도소매업 등 신규 사업 추가한 결과다. 올해 상반기에는 3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상품 매출 비중이 90%를 넘기기 시작했다.
사측은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안정적인 매출 증진을 위해 시작한 상품서비스는 지난해 서비스 시작 시점엔 이익률이 낮았지만, 올해부터는 이윤을 극대화하는 거래구조로 개선돼 매출 확대 및 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새로운 사업 추가해 매출 요건을 충족하며 돌파구를 찾았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지난 7월 코스닥시장위원회가 피씨엘의 주권 상장폐지 여부 심의 결과 상장 폐지를 의결했고 사측은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지만, 9월5일 결국 상폐 의결이라는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사측은 현재 러시아혈액원 진출을 진행하고 있고, 중동과 아프리카를 통한 매출진행 뿐 아니라 국내영업도 잘 진행해 올해 반기 매출도 계획대로 달성했다고 강조하며 다소 억울하단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피씨엘은 김소연 대표 명의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국가에서 인정한 혁신의료기기기업을 단 한번의 분기매출 부족을 이유로, 그것도 회계상의 인식차이에서 온 사유로 상폐 결정을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이제는 법적인 구제절차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씨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총액/순액 인식 차이 때문에 불의의 미달이 발생했다. 매출 인식에 있어서 당사는 총액을 기준으로 진행했고, 감사인 측에서는 순액으로 인식한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순액으로 잡으면 매출이 상당히 감액된다"며 "(법적 구제 절차 진행 관련)아직까지 따로 정해진 바는 없고, 구체적으로 정해지면 공시 등을 통해 안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