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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23일 15:4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보유 현금성 자산을 한참 상회하는 규모의 차입금 압박을 맞닥뜨린
대화제약(067080)이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정했다. 이로써 자사주를 활용한 유동성 확보에 물꼬를 튼 모양새인데, 사측은 자사주 매입 당시 주가 안정 혹은 주주가치 제고 등의 목적을 기재한 터라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EB의 주식 교환이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정치권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입법 실현 전 자사주를 활용해 EB를 발행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에 대한 논란이 이는 만큼, 대화제약의 이번 결정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사진=대화제약 홈페이지)
교환사채 발행으로 자사주 활용한 운영자금 조달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화제약은 최근 공시를 통해 대화제약 보통주 38만5000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1회차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의 발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환가액은 1만5724원으로 사채의 권면총액은 61억원 가량이다.
현재 대화제약은 현금 곳간이 말라있는 상태다. 올해 6월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현금및현금성자산 11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57억원 등 총 68억원으로 집계된다.
반면 사채를 포함한 유동차입금이 641억원으로 보유 현금을 훨씬 웃돌고 있다. 특히 기타유동금융자산 가운데 단기금융상품이 36억원인데, 해당 금융상품은 차입금 담보로 제공돼 있어 사용에 제한이 걸려있어 실상 가용 현금은 32억원에 불과하다.
회사의 차입금이 눈에 띄게 불어나기 시작한 건 지난 2020년 9월 총 405억원을 투입해 횡성 공장내 제2공장 B동을 신설하면서부터다. 2020년 말 기준 344억원이던 금융기관차입금 잔액은 이듬해인 2021년 628억원으로 불어났고, 이 중 은행시설자금이 605억원에 달했다. 금융기관차입금 잔액 규모는 지난 2023년 1032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으며, 당시 은행운전자금이 702억원을 차지했다.
지난해 말에는 금융기관차입금 잔액이 920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현금성 자산을 한참 상회하는 수준임에는 변함이 없다. 올해 반기 말 시점 보고서에는 금융기관차입금 잔액이 따로 기재돼 있지 않지만 유동 차입금, 비유동차입금의 유동성 대체 부분, 장기차입금 총액이 979억원으로 집계된다.
이에 동일 시점 회사의 부채비율은 175.76%에 달하며, 이자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누적 이자비용만 24억원으로, 같은 기간 회사의 영업이익 14억원을 훌쩍 넘겼다.
이처럼 보유 현금성 대비 차입금 부담이 큰 상황에서 대화제약은 자사주를 활용한 유동성 확보의 물꼬를 튼 모양새다. 이번 공시에서는 1회차 EB 발행으로 조달한 금액이 전액 2025년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고만 기재돼 있다. 사측은 조달 자금을 운전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운영자금으로만 기재해뒀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과거 매입 취지 무색…잔여 자사주 활용 방안도 '관심'
대화제약이 이번에 발행한 1회차 E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다. 이에 사측이 추가적인 이자비용 부담 없이 유동성 일부를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한 주가 하락에 따른 교환가액의 하향 조정 옵션이 없다는 점도 발행사 측에 유리한 조건이다.
다만 사측이 자사주 매입 결정 당시 밝혔던 취득 목적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자금조달을 진행해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당초 회사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매입할 당시 '자기주식 주가안정', '기업이미지 제고',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등의 사유를 명시했는데, 자사주를 교환사채로 처분하는 방식은 주가안정 혹은 주주가치 제고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환사채나 유상증자와 달리 교환사채의 경우 신주 발행이 이뤄지지는 않지만, 교환 대상이 자사주일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투자자가 교환청구권을 행사하면 자사주의 의결권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EB에는 콜옵션도 없어서 일말의 소각 가능성도 없어보인다. EB 발행으로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자사주는 대화제약 발행주식총수 대비 2.07% 수준이며, 교환청구는 오는 10월26일부터 가능하다.
아울러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주주가치 제고 명목하에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대화제약의 이번 결정은 법안 개정이 실현되기 전에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대체 수단으로 EB 발행을 택한 것 아니냐는 시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더해 EB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의 규모가 차입금 규모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측이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잔여 자사주를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총 110만주로, 1회차 EB 물량이 전부 처분되고 난 뒤에는 71만5000주가 남게된다. 1회차 EB 교환가액으로 단순 계산할 시 173억원에 달하는 물량이다.
대화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유동 차입금의 경우 당사 부채 상환 계획에 맞춰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환사채 발행을 통한 자사주 처분 이후 잔여 자사주 관련해서 세워둔 계획은 따로 없다. 추가적인 자금 조달 계획도 아직까지는 없다"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