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국방부 주요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업무보고에 앞서 이 자리에 참석한 국방부 주요 간부와 동시 수감 대상 기관장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두희 차관입니다. 이영빈 기획조정실장입니다. 윤봉희 국방정책실장 직무대리입니다.…"
13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1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 첫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업무보고에 앞서 주요 간부들을 소개하는 장면입니다. 이날 안 장관은 총 34명의 국방부 주요 직위자와 기관장을 소개했는데요. 윤 정책실장 직무대리부터 시작해 모두 13명의 직무대리가 소개됐습니다. 전체 소개 대상 간부의 40% 가까이 되는 숫자입니다.
이를 두고 '국방부는 직무대리부냐'라거나 '직무대리로 업무 잘 돌아가면 아예 자리를 없애라' 등의 비아냥 섞인 뒷말이 국감장 주변에서 나왔습니다.
소개된 직무대리들은 윤 정책실장 직무대리를 포함해 편무삼 국군방첩사령관 직무대리, 임종방 정보사령관 직무대리, 김승완 국방부조사본부장 직무대리, 김영호 국방대학교총장 직무대리, 이은영 국방홍보원장 직무대리 등 많은 수가 12·3 내란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자리입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3대 특검의 수사나 국방부 감사 등을 통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전임자를 업무에서 배제했지만 후속 인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자리입니다. 뿐만 아니라 임기를 마치거나 정권 교체 후 스스로 물러난 인사의 자리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날 소개되진 않았지만 국방부에는 장관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군사보좌관과 장관의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 등 더 많은 직무대리들이 존재합니다.
후속 인사를 못한 직무대리뿐만 아니라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고위 당국자들도 대부분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들입니다. 이날 소개된 국방부 1급 공무원 중에는 김성준 인사복지실장만이 유일하게 안 장관 취임 이후 임명된 인사입니다. 4명의 1급 공무원 중 2명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이고 1명은 직무대리인 것이죠.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 정재관 군인공제회 이사장, 김정수 한국국방연구원장 등 기관장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들 기관장들은 정해진 임기가 남아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아무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습니다. 64년 만의 문민 국방부 장관에 거는 기대는 '내란 청산'이 가장 큰 부분이었습니다. 안 장관이 취임한 지도 80일이 지났지만 12·3 내란의 중심에 있었던 국방부와 군의 인적 청산 작업이 더뎌도 너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적 청산이 늦어지면서 제도 개혁도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안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엄연히 무장한 군인이 군홧발로 입법부에 들어왔기 때문에 내란이다. 5200만 (국민)이 실시간으로 목격했고, 이들 모두가 피해자"라며 12·3 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규정했습니다. 이 발언을 접한 한 관계자는 "장관의 인식과 의지가 명확하다면 좀 속도를 내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며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더 늦어지면 의지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