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최태원 이혼 판결 D-2…SK그룹, 지배력·AI 투자 '분수령'

대법원 16일 선고…원심 유지 시 유동성 압박 불가피
파기 환송 땐 자사주 소각·배당정책 강화 가능성 커져

입력 : 2025-10-14 오전 9:09:05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4일 09:0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상고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그룹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산분할 규모가 1조4000억원에 이르는 만큼 이번 판결은 SK그룹의 지배구조와 인공지능(AI) 중심 신사업 전략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주목된다. 그룹 안팎에서는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시나리오를 최악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 확보 부담이 급격히 커질 경우 계열사 배당 확대는 물론,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SK(003600) 지분 매각까지 갈 수 있어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SK)
 
AI 중심 리밸런싱 본격화 속 지배력 리스크 부상
 
1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를 ‘AI 중심 경영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4차 퀀텀점프를 위한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통신 등 주력 산업을 AI와 데이터 기반으로 재편하면서 지주사인 SK를 비롯해 SK하이닉스(000660), SK텔레콤(017670) 등을 중심으로 AI와 반도체 등 미래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총 82조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대법원이 오는 16일 2심 판결을 유지할 경우 최 회장은 자산 매각 압박에 직면하면서 대규모 투자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연이자 부담까지 감안하면 최 회장이 단기간에 1조4000억원 이상을 현금화해야 하는 셈”이라며 “AI 투자 뿐 아니라 계열사 현금 배당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최 회장은 SK㈜ 지분 17.9%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SK디스커버리(006120), SK케미칼(285130)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일부 갖고 있으나 이를 모두 활용하더라도 현금 여력은 제한적이다. 결국 담보대출이나 일부 지분 매각 등 복합적인 자금 조달 방안이 불가피한 셈이다.
 
원심이 유지될 경우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배당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분 매각은 최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 꼽힌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에 “대법원이 항소심의 원심 판결을 유지해 최 회장의 현금 1조3808억원 지급이 확정될 경우 그룹은 이자비용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배당정책을 대폭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지주사 SK 자사주를 소각할지, 현금 조달을 위한 담보로 활용할지가 지배구조 변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기환송 시 주주환원 정책 탄력…SK그룹의 10년 좌우할 경영 변수
 
반대로 대법원이 2심의 법리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을 결정할 경우 재산분할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며 최 회장과 SK그룹은 숨 고르기에 나설 여지를 확보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SK그룹이 보유 중인 자사주(24.8%) 일부를 소각해 최 회장의 지분율을 33.9%까지 높이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실제로 SK는 지난해부터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검토해왔지만, 오너 소송이 변수로 작용하며 실행이 미뤄져왔다. 이번 판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CEO 서밋 의장을 겸임하며 그룹의 글로벌 행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오는 11월 열릴 ‘SK AI 서밋 2025’와 그룹 ‘CEO 세미나’ 등 내부 현안도 직접 주관할 예정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개인의 이혼 소송이 아니라 SK그룹의 향후 10년을 좌우할 경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SK의 AI 리밸런싱 전략은 오너 리더십에 기반한 통합형 투자 구조라는 점에서 지배력 약화는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AI·배터리 등 대규모 투자가 추진 중인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 시장 신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측은 <IB토마토>에 “법원의 판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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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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