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정부가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고, 대출 한도를 줄인 데 이어 보유세 인상까지 예고했습니다. 거래·대출을 막고 세금 부담까지 더하는 '3중 자물쇠'로 자금 유입 통로를 잠근 셈입니다. 금리 인하 기대 속 과열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실수요까지 묶인 전면 규제로 시장 불신만 키운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LTV·DSR·토허구역' 족쇄…서울 전역, 사실상 "거래 봉쇄"
정부는 10·15 대책에서 기존 규제지역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4곳을 유지하면서, 서울의 나머지 21개 자치구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습니다.
경기 지역은 △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수정·중원구 △수원시 영통·장안·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 등입니다. 당장 16일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됩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무주택자(처분조건부 1주택 포함)는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되고, 유주택자는 대출이 전면 금지됩니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집값에 따라 차등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기존 6억원 한도가 유지됩니다. 반면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줄어듭니다.
만약 26억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매입한다면, 대출이 2억원밖에 나오지 않아 내 돈을 24억원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집값 상승을 이끈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 고가 주택을 겨냥한 조치입니다.
지난 7월 시행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는 한층 강화되고, 그간 대출 규제에서 제외돼온 1주택자의 전세대출도 이달부터 DSR 산정에 포함됩니다.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금리'의 하한은 현행 1.5%에서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3%로 상향됩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기존 규제지역에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가 적용돼왔는데, 여기에 1주택자의 전세대출까지 DSR에 반영되면서 우회 자금 조달도 막혔습니다.
정부는 이들 규제지역 전체를 오는 20일부터 내년 12월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지정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 매수를 하려면 관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며, 2년의 실거주 없는 집을 살 수 없습니다. 다주택자의 경우, 취득세·양도세가 중과됩니다.
수도권 주요 지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의 3중 규제로 대출도 어렵고, 청약도 막히고, 거래도 어려운 사실상 '거래 봉쇄 상태'에 들어갔다는 평가입니다. 정부는 이 같은 전면 규제가 "비규제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제 카드까지 예고했지만…구체성은 없다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이날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는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침'이 포함됐으며, 그 내용으로 "보유세·거래세 조정"이 명시됐습니다.
이는 규제지역 부동산에 대해 보유세와 거래세를 중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정부는 세제 운영 방향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 조정에 관한 로드맵이나 세제 합리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일정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김병철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국민 주거 안정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 수단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세제는 가급적 '최후의 수단'이고,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세제를 활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구체적인 개편 방안과 시기·순서는 시장 영향과 과세 형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실수요까지 묶은 규제…'현금 부자'만 남는 시장
문제는 이 조치가 실수요까지 묶는 '전면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규제가 지나치게 강력해, 유동성이 풍부한 고액 자산층만 주택 거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우려입니다.
거래량은 급감하더라도, 대출 의존도가 낮은 '현금 부자' 중심으로 강남 3구 등 고급 주거지만 가격이 오른다면 호가나 실거래가는 쉽게 꺾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폭넓게 규제지역·토허구역을 설정한 것은 갭투자와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겠지만, 돈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은 강남과 마용성으로 갈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타격을 받은 '돈 없는 사람들'은 거주 이전의 자유도 없어지고, 대출이 막혀 집을 살 수도 없이 월세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규제지역 인근으로 옮겨 가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수순"이라고 했습니다.
고 원장은 "정부가 보유세는 높이되 양도세는 낮춰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방향을 정하지 못한 것 같고, 집값을 잡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이번 대책에는 월세로 내몰리는 이들을 위한 주거 바우처나 공공 임대 등의 디테일도 부족하고, 손쉬운 규제만 남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강남이나 마용성 같은 핵심지는 '버티기 장세'로 접어들 전망입니다. 금리 인하, 공급 부족, 전세가·물가 등 상승 재료가 너무 많아,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집값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