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금융감독원이 기업들의 자사주 대상 교환사채(EB) 발행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에 따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을 추진하면서 자사주 소각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업들의 꼼수 EB 발행을 두고 행동주의 펀드와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도 컸습니다.
금감원은 16일 교환사채 발행 결정 시 주주이익에 미치는 영향 등 주요 정보를 상세히 기재하도록 공시 작성 기준을 개정하고 오는 2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업들의 교환사채 발행 결정 공시가 미흡할 경우 금감원은 기재 내용 보완, 즉 정정 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교환사채 발행은 기업 자율 판단 사항으로, 금감원이 막을 권한은 없으나 주요 정보의 충실한 기재를 유도한다는 방침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자기주식 관련 공시 위반행위 발견 시 정정 명령, 과징금 부과 등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금번 개정안을 포함하여 자기주식 보유·처분 등과 관련된 내용을 공시하는 경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자사주 대상 교환사채 발행 시 '교환사채 발행'과 '자기주식 처분' 주요 보고서의 '기타 투자판단에 참고할 사항' 에 △타 자금조달 방법 대신 자기주식 대상 교환사채 발행 선택 이유 △ 발행 시점 타당성에 대한 검토 내용 △ 실제 주식교환 시 지배구조 및 회사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 기존 주주이익 등에 미치는 영향 △발행 이후 동 교환사채 또는 교환주식의 재매각 예정 내용(사전 협약 내용 포함) △주선 기관이 있는 경우 주선 기관명 등을 기재해야 합니다.
금감원이 기업들의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회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EB 발행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25건과 28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서 상반기에 17건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 50건에 달했습니다. 3분기 중에서도 9월에만 39건 발행이 결정되면서 2023년과 2024년 발행 건수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금감원은 기업이 EB 발행을 급하게 추진하는 경우, 소각 등 주주환원을 기대했던 주주들과 신뢰관계가 훼손되면서 결국 기업가치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실제 주식교환 시 주주 간 지분율 변동 또는 제3자의 지분 취득으로 회사 지배 구조 및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분석입니다.
EB 발행 급증 현상이 지속될 경우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교환받은 자사주 물량의 시장 출회 등으로 주가 급락 등 주식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실제로 지난달 EB 발행 결정을 최초로 공시한 36개사 가운데 69.4%에 달하는 25개사의 익일 주가가 하락 마감한 바 있습니다. EB 발행이 대부분 사모로 이루어지고 이후 재매각 가능성이 있음에도 투자자들이 발행 관련 의사결정 배경과 타당성 검토 내용 등 투자 판단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반영됐습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이와 관련해 여당을 중심으로 다수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남근 의원은 자사주 취득 후 1년내 소각 의무화를 원칙으로 하는 법안을, 김현정 의원은 자사주 소각을 원칙으로 하되 기업에 일부 유연성을 부여한 법안 등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