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위한 군비 증강과 '자주의 역설'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북한 반발 속에 내년 국방 예산 더 늘어

입력 : 2025-10-17 오전 6:00:00
노무현정부 이후 민주당 쪽 정부들의 국방비 증가율은 국민의힘 쪽 정부들의 국방비 증가율을 압도한다. 
 
노무현정부 임기 내 국방비 평균 증가율은 8.77%에 달하고, 문재인정부도 6.30%였다. 
 
김대중정부를 이어 남북 화해를 전면에 내세운 노무현정부가 과거 군사정부들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국방비를 늘리자 참여연대, 평화네트워크,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국방 예산이 과도하게 팽창하고 있으며, 남북 관계 개선 기조에 역행한다"면서 "과도한 군비 경쟁 중단"을 요구했다. 문재인정부에 대해서도 참여연대 등은 "남북이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 등에 합의한 것에 역행하는 것이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쪽에서는 이명박정부가 5.32%가 가장 높았고, 박근혜정부 3.99%, 직전 윤석열정부도 4.21%였다. 특히 윤석열정부는 '힘을 통한 평화'만 강조했는데, 이와는 사뭇 다른 수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대 민주당 정부의 국방비 증가율, 국힘 쪽 압도…전작권 전환 등 자주국방 목표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내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8.2% 늘려 66조원대로 편성했다. 이 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한 해 만에 국방 예산이 5조원 이상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이런 급격한 국방 예산 증가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압박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당 쪽 정부들은 자주국방, 더 좁히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국방비를 대폭 늘려왔다. 
 
전적권은 노무현정부가 미국과 2012년에 전환(환수)하기로 합의한 것을 이명박정부가 2015년으로 미뤘고, 박근혜정부는 아예 '조건에 기초한 전환'으로 기조를 바꾸면서 장기 과제로 만들어버렸다. 
 
박근혜정부는 2014년에 미국과 ①연합 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②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③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을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합의했다. 하나하나 만만치 않은 과제이지만 특히 마지막 ③번은 그 기준조차 애매하다. 도대체 한반도·동북아 정세가 어떤 상태까지 가야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미는 한국의 '①연합 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확보를 위한 3단계 조건으로 '초기운용능력(IOC)·완전운용능력(FOC)·완전임무수행능력(FMC)'설정했는데, 현재 2단계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 때부터 전작권 전환을 중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런 기조에 따라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은 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가 됐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강력한 자율적 자주국방이 현 시기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9월21일 페이스북)라고 강조한 데 이어, 취임 이후 처음 참석한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전작권을 회복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주도해 나가겠다"면서 '회복'이라고 표현해 주목받았다. 초안의 '환수' 표현을 이 대통령이 직접 '회복'으로 수정한 것으로, 그의 강렬한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신임 진영승 합참의장은 다음 달 11월에 열리는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M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14일 국회에 보고했다. 이 정부 들어서는 처음으로 한·미 최고위 군사 당국자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김정은 "한국군, 이란 육군과 싸우고자 전작권 논의하는 건 아닐 것" 극력 반발
 
그런데 이 과정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에, 당시 외교·안보 분야 고위 인사에게 "이런 대규모 군비 증강을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는 "북한만이 아니라 동북아 안보 환경 전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한반도 남부에서 실시되는 연합군사훈련은 도대체 누구에 대한 것이며, 봉쇄시키려 하며 물리치고 공격하려는 대상이 누구입니까. 한국군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부족이나 7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이란 육군과 싸우고자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를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개념적으로나 가설적으로, 전쟁 준비 연습의 주요 타깃은 우리의 군대입니다. 이는 우리의 오해가 아닙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인 2019년 8월5일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비밀 친서에서 "정말로 기분이 상했다"며 이렇게 반발했다. 2019년 3월과 8월의 한·미 연합훈련이 전작권 전환을 위한 불가피한 훈련이라는 한국 측 해명을 일축한 것이다. 
 
그는 급기야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는 "남조선 당국은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 군사 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고 있다"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하는 데 대한 북남 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첨단 공격장비 반입 목적과 본심을 설득력 있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지난 8월27일 오전 경기 여주시 강변유원지 일대 훈련장에서 실시한 한미연합 도하훈련 모습. (사진=뉴시스)
 
다시 '시기' 방식으로 돌아갈까?
 
한국 정부로서는 일종의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소위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을 추구하는 것이 남북 간의 군비 경쟁을 자극하여 안보 딜레마가 생기는 자주의 역설이 남북 간에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한 장면"(『북·미 대립과 친서 외교』, 282쪽)이라고 진단했다. 
 
딜레마 상황을 조기에 돌파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우선 전작권 전환을 '조건'이 아니라 이전처럼 '시기'를 정하는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전작권 전환보다는 평화협정 체결에 집중하자는 방안도 나온다.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만큼 전작권을 전환하는 최적의 조건이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가 극도로 악화한 상황에서 회담은 몰라도 평화협정 체결까지가 가능할까. 
 
그보다는 '시기'를 정하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다. 한국 정부 혼자 서두르면 대형 이념 이슈로 번질 수 있지만, 미국이 함께 움직이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노무현정부 때 미국 아들 부시 행정부처럼 말이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도 전반적으로 전작권 전환에 긍정적이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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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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